항공여행자 와인병 액상에 녹여 숨긴 필로폰. 관세청 제공#. 인천공항세관은 올해 1월 캄보디아발 항공여행자 가방 속에서 와인에 녹여 몰래 들여오려던 필로폰 2.13kg을 적발했다. 4월에는 멕시코에서 특송화물로 들어온 카페트를 압수했다. 카페트에 액상 필로폰을 흡착해 밀반입을 시도한 것이다. 세관 당국이 압수한 액상 필로폰은 3.94kg(카페트 포함)이다. 이 외에도 어린이용 보드게임 내부에 이중 공간을 만들어 엑스터시(MDMA)를 밀반입하려 한 사례를 비롯해 봉제 인형 내부, 건조된 차(tea), 신발 밑창, 과자 등을 이용해 마약을 밀반입하려는 수법도 발각됐다. 과거에도 치약, 대게, 볼펜 심지 등 기상천외한 밀반입 시도 사례가 있었다.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경 단계에서 총 866건, 2810.5kg의 밀반입 마약류를 적발했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 862건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4월(1690kg)과 5월(600kg)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코카인 밀반입 단속에 성공해 압수량도 압도적이다.
과자(왼쪽)와 신발 밑창(오른쪽)에 숨긴 필로폰. 관세청 제공국내 마약류 밀반입이 증가함에 따라 단속 인력과 첨단 장비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능화하고 고도화한 밀반입 수법에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부산신항에서 이뤄진 코카인 600kg 단속은 자칫 실패로 끝날 뻔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코카인이 실린 선박과 컨테이너 정보를 받았지만, 입수 정보와 다른 선박에 문제의 컨테이너가 실려 있었던 탓이다.
부산세관은 국내 입항 정보를 자체 분석해 해당 컨테이너가 실린 선박을 파악해 단속에 나섰다. 선박은 미국 측으로부터 마약 정보를 받은 하루 뒤인 5월 10일 오후 4시 출항 예정이었다. 부산세관은 10일 문제의 컨테이너를 부두로 내린 뒤 '차량형 X-ray 검색기(ZBV)'를 활용해 '이상' 음영을 감지한 뒤 컨테이너를 열어 방수 포장된 꾸러미 12개를 발견했다.
컨테이너 안 이상 물체 확인. 관세청 제공당시 각 꾸러미에는 1kg씩 포장된 백색 블록 50개가 들어 있었다. 신속한 단속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선박은 예정대로 출항해 2천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코카인을 적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관세청도 사례처럼 다양한 마약류 밀반입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장비 도입과 자체 연구를 통한 현장 맞춤형 기술 개발을 노력 중이다.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312억 원을 투입해 소형화물용 복합 X-Ray 장비, 은닉물 탐지 대인용 THZ 검색장비 등 7개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컨테이너 구조물 은닉적발 기술, 불법마약류 후각지능 탐지기술 등 4개 과제 연구에도 나섰다.
차량형 X-ray 검색기(ZBV). 관세청 제공현재 전국 공항·항만에 총 138대의 마약 적발 장비를 운용 중인 관세청은 예산 확보를 통해 도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마약 적발 장비 도입 예산 약 61억 원을 확보해 지방 공항·항만까지 장비를 확충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부산신항 코카인 밀반입 사례는 비어 있는 컨테이너를 활용한 것으로 검사할 이유가 없는 빈 컨테이너로 단속의 허점을 노렸지만, (밀수 조직의) 역발상도 잡아낸 것"이라며 "첨단 장비 도입과 기술 개발을 병행해 전국 공항과 항만의 탐지 역량을 강화해 마약 등 위해 물품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