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의자 64명이 송환된 가운데, 여전히 현지에서 스캠(사기)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인 1천여 명에 대한 대응은 과제로 남았다. 캄보디아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를 떠나는 풍선효과 우려마저 제기된다.
여전히 韓 1천여명 '스캠 종사'…소재·감금 여부 오리무중
19일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을 수사해 일부 인원들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날 캄보디아에서 전세기로 송환된 이들은 체포돼 전세기에서 내리자마자 피의자 신분으로 관할 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번 송환은 단일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에 종사하는 한국인의 규모에 비하면 이번 송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부는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산업에 몸담은 다국적 인원이 20만 명 수준이고, 그 중 한국인은 약 1천 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송환된) 60여명은 우리가 아는 1천여 명 내지 그런 정도 수치의 일종의 축도"라며 "더 많은 사람들을 검거해 현장에서 이격해야 하며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캄보디아 당국 협조에 달린 한국인 추가 송환
문제는 스캠 산업에 연루됐다고 추정되는 한국인 1천여 명의 소재는 물론 납치·감금 여부 등이 모두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에 입국했다가 실종 또는 감금 신고가 들어온 한국인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이들은 80여명이다. 현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 없이는 실질적인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캄보디아와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를 설치해 초국경 사기 범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캄보디아 당국이 전국 관서에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스캠범죄 단지를 수색하고 한국인을 발견하면 즉각 구조할 것을 지시했다"며 써 쏘카 캄보디아 부총리와의 면담 내용을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급 면담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 의지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캄보디아에 남아 있는 1천여 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의 송환이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는 얘기와도 같다.
캄보디아에선 대규모 '엑소더스'…범지역적 공조 강화해야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캄보디아 내 단속 강화로 범죄조직이 인접국으로 확산하는 풍선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이달 초 베트남 국경에서 숨진 한국인 여성은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연루돼 베트남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테초 공항에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탈출 행렬이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인접국들과의 국제적 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동남아시아 메콩 지역 공관장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에서 "범지역적 차원의 공조 방안 마련을 위해 현지 외교·경찰 당국은 물론 주재국 내 여타 주요국 공관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