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내란특검 내에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영장 기각 당시와는 달리 "기각 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때보다 더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는데,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오는 23일 추가 소환조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이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조은석 특별검사를 필두로 박 전 장관 수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즉시 영장 재청구로 가닥을 잡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특검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했던 것과 비교된다.
특검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결정보다 납득이 어렵다'거나 '기각 결론을 정해두고 사유를 꿰맞춘 것 같다'는 취지의 격앙된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전 총리나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법원 결정을 존중하며 수긍했던 특검의 태도가 달라진 건 영장 기각 사유 때문이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법원은 "①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②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하여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물론이고 국회와 일반 국민들도 모두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한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계업법상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 계엄 선포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 평균인의 상식에서도 군을 동원한 무력 통치가 필요한 이례적 상황일 때에만 계엄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려 법무부 수장이자 40년 가까이 법률가로 활동해온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구체적 내용에 다툴 여지가 있다는 기각 사유는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특검 입장이다.
박 전 장관은 영장심사에서 계엄 선포 담화 내용을 몰랐고 포고령 내용은 물론 TV로 내내 생중계된 국회 봉쇄 상황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박 전 장관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가 준수됐냐는 질문에 "시작도 끝도 없는 회의여서 과연 국무회의 심의라고 볼 수 있는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계엄의 절차적 흠결도 인정했는데, 그럼에도 법원은 위법성 인식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특검은 법원이 박 전 장관이 구체적 지시를 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그 위법성에 대해선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 점도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 전 장관은 출입국본부나 교정본부에 '통상적 지시'를 한 점은 인정하지만, 실제 지시를 받은 출입국본부장과 교정본부장이 특검에서 진술한 일부 구체적 지시 내용에 대해선 부인하는 입장이다.
피의자가 일부 구체적 지시에 대해서만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것 자체가 위법성 인식의 증거가 될 수 있는데,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지시들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은 더 살펴야 한다고 사실상 눈감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오는 23일 박 전 장관을 다시 소환조사해 위법성 인식에 관한 증거 등을 보강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박 전 장관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2장의 문건을 받은 것이 CCTV를 통해 파악되는 등 계엄 선포 전후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근거를 촘촘히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