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번역'과 '발음' 기능을 켠 모습. 애플뮤직 제공다른 방해 요소 없이 100% 음악만 들을 수 있게 해 온전한 몰입감을 전달하기. 언제나 '음악'을 핵심에 두고, 특히 뛰어난 품질의 음향을 자랑한 애플뮤직이 K팝 팬덤을 사로잡기 위해 신기능을 출시했다.
애플뮤직은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신기능을 시연하는 언론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iOS 26 업데이트에 따라 애플뮤직은 한층 더 발전된 가사 기능을 제공한다. 청취자의 경험 접근성을 높이고자 추가한 2가지는 바로 '번역'과 '발음'이다. 애플뮤직 사용자 60%가 "매일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듣는" 것에 주목해 준비했다.
아티스트가 제공한 가사를 인공지능(AI)을 통해 1차 번역본을 만들면, 2차로 어학 전문가가 정확성을 판단해 다듬는다. 단순히 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해당 문화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전문가가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K팝을 즐기지만 한국어는 모르는 영어 구사자는 애플뮤직의 '한영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예시로 등장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은 원어인 한국어 가사가 크게 뜨고, 그 아래에 영어 해석이 붙었다. "몹시 아프네(It's pretty bad) 세상이란 놈이 준 감기(This cold that the damn world gave me) 덕분에 눌러 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So I get to press the dusty rewind button)" 같은 식이다.
애플뮤직의 신기능 '번역'과 '발음'을 동시에 켰을 때 화면. 김수정 기자번역 기능이 가사가 어떤 뜻인지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면, 발음 기능은 외국어를 제대로 읽고 발음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서비스다. 또 다른 예시로 제시된 밴드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또한 한국어 원어가 큼직하게 나오고, 그 아래에 한국어 발음이 영어로 표현돼 있었다.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라는 가사 아래 "dal rael gil eop neun oe ro un ma eum it ji"가 병기되는 방식이다.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어 가사가 가장 상단에 크게 나타나고, 바로 밑에 영문화한 한국어 발음이 붙는다. 그 아래에 영어로 된 가사 번역이 뜬다. 현재는 한영 번역만 있지만 올해 안에 영한 번역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만족스러운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초반에는 일단 제한된 언어 조합만 제공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소개한 또 다른 신기능은 '오토 믹스'(Auto Mix)다. 내 곁에 DJ가 있는 것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을 통해 애플뮤직이 보유한 약 1억 개의 노래를 검토한 후, 비트와 박자(bpm), 음악성 등을 두루 살펴 특징을 파악한다.
그러고 나서 어떤 곡이 바로 다음에 나오면 좋을지를 판단해 '끊임 없는 청취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노래의 어느 구절에서 전환하는 것이 '최적'인지도 인공지능이 판단, 매끄러운 전환으로 편안하게 청취하게끔 돕는다.
애플뮤직 사용자는 '오토 믹스' 기능을 써서 끊임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판단해 믹스해 주는 방식이다. 애플뮤직 제공그룹 아일릿(ILLIT)의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 다음 애플뮤직이 오토 믹스로 튼 곡은 트와이스의 '디스 이즈 포'(THIS IS FOR)였다. 노래가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에 집중했다는 설명이 이해될 만큼, 두 곡을 연달아 들을 때 걸리는 것 없이 편안했다.
'오토 믹스'는 애플뮤직 이용자라면 자동으로 켜진 기능이다. 하지만 매번 노래를 섞진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제나 '최적의 전환'을 지향하면서도, 믹스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알고 있어서 한 곡이 통째로 나올 때도 있으며, 장르 중 클래식에는 오토 믹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유독 음향의 '탁월한 품질'을 강조하며 자부심을 드러낸 애플뮤직은 이날 '공간 음향'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공간 음향은 특별한 방식으로 믹싱과 엔지니어링을 한 결과물로, 음악을 훨씬 더 입체적이고 몰입감 있으며 생생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보통 엔지니어가 믹싱할 때는 앵커 역할을 하는 스피커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하는데, 공간 음향은 한 장소 안에서도 여러 지점이 있다고 가정해 소리를 여러 군데에 배치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몰입감과 입체감을 높인다. 애플뮤직만이 보유한 기술은 아니지만, 애플뮤직만의 '독점 마스터링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훨씬 더 '고해상도'의 음질을 전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취재진은 1972년에 나온 엘튼 존(Elton John)의 '로켓 맨'(Rocket Man)과 아시아 최초로 애플뮤직 '업 넥스트' 아티스트로 선정된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의 '패스터'(Faster)를 공간 음향으로 들어보았다.
'공간 음향'으로 선보인 NCT 127 '패스터'. 김수정 기자'로켓맨'은 저음부터 고음을 아우르는 코러스, 쌓이는 화음, 허밍, 기타 연주와 효과음 등이 보다 생생하게 전달됐다. 마치 레이스 트랙 위에서 질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설계됐다는 '패스터'의 경우, 엔진과 타이어 소리가 두드러져 곡의 주제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여러 대의 고품질 스피커를 둔 녹음실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 환경'이다. 보통은 휴대전화나 이어폰,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애플뮤직은 '그렇게 들어도 문제없다'라는 입장이다. 아이튠즈 시절부터 '오디오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겼기에 '어떻게 듣든' 더 높은 품질의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2년에 출시된 '싱' 기능은 말 그대로 '노래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원곡 아티스트와 함께 부를 수도, 혹은 혼자 부를 수도 있다. 원곡의 보컬 음량을 낮추거나 높이는 변화를 통해서다. 아이폰을 마이크 삼아 애플TV와 호환해서 쓸 수도 있다. 지금 노래 부르는 사람을 '샤라웃'(찬사)하고자 이모지로 반응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지난 3년간 '급속 성장'했다는 애플뮤직은 iOS 사용자에게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