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 송옥주 의원실 제공그동안 사료용으로 수입·유통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면화씨가 서울 경동시장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약재로 둔갑해 팔린 것으로 드러 정부의 LMO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경기 화성시갑)이 받은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오허브'와 '허브마켓주식회사'는 중간유통업체로부터 면화씨를 공급받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26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과 국립종자원을 상대로 '농림축산업용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안전관리 철저 요청'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최근 식용사료용 승인이력이 있는 LMO면화가 용도외로 약재 판매업소 및 온라인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관원에 사료용 면화 취급업체 대상 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용도외 사용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국립종자원을 상대로 면화 재배농가에 대한 파종전 무상 검정 실시를 홍보하고 재배지 모니터링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오허브가 판매한 면화씨(면실)는 간이속성검사에서 LMO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반면 허브마켓주식회사가 판매한 면화씨는 정밀검사에서 LMO성분에 대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농식품부는"오허브는 스스로 면화씨 판매를 중단했고 허브마켓주식회사와 중간유통업체의 면화씨 재고가 남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MO면화씨는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업용 또는 종자용으로 수입 승인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산으로 팔렸다면 미승인 LMO일 가능성이 크다.
송옥주 의원은 "지난 4월 미승인 LMO종자 검출 내역을 요청했을 때 농식품부는 LMO면화씨를 언급하지 않았고 정보공개목록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LMO면화씨의 소매유통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LMO검출과 대응 조치는 국민이 알아야 할 민감 정보인 만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면화씨(면실)의 경우 식품원료가 아니다. 유지제조용 원료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식품원료로 쓸 수 있다. 식품원료가 아닌 것을 식품으로 판매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위반 정도에 따라 영업정지, 영업소 폐쇄, 고액의 벌금, 징역형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식품으로 쓸 수 없다 보니 LMO면화씨는 사료용 외에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2025년 8월까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부터 사료용 면화씨 64만8187톤이 들어왔다. 식용이나 종자용으로 수입된 적은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2024년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주요 통계에 의하면 사료용 면화씨만 45만1천톤이 수입됐다.
이번에 적발된 약재상 쇼핑몰 외에도 현재 쿠팡 등 대형 쇼핑몰에서도 약재상들이 '식품용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삽입해 300g당 1만2천원~1만4천원에 '면화자'란 이름으로 면화씨를 팔고 있다.
특히 '식품용으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면서 면화씨의 효능과 복용방법을 설명한 블로그 페이지에 상품 판매 페이지를 링크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빠져 나가는 탈법이 성행하고 있어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송 의원은"사료용 LMO면화로 인한 생태 오염이 경동시장 약재상들의 소매유통망까지 스며든 것 아니냐"면서"낙곡에 따른 오염을 막기 위해 운반업자와 낙농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유통종자 및 재배지 모니터링 대상도 확대하는 등 사료용 LMO 뿐 아니라 농림축산업용 LMO가 불법적으로 국내에 유입·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