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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상공인인데…" 지역화폐는 되고, 온누리상품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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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밀집도' 요건, 취약 상권 현실 반영 못 해
2천㎡당 점포 수 기준, 토지 면적만 반영 고층 상가 유리
골목 상인 "취약 상권 지원, 정량 기준 외 다양성 고려"
전문가 "골목 상권 파악하도록 상위법이 개선돼야"

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골목 상권. 김수진 기자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골목 상권. 김수진 기자
"저희도 같은 골목 상권이잖아요. 지역화폐는 되는데, 온누리상품권은 못 받는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천천먹거리촌. 십수 년째 이곳을 지킨 상인들은 최근 '온누리상품권'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곳은 2021년부터 수원시가 선정한 음식문화거리지만, '골목형 상점가'로는 지정되지 못해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

손님들의 지역화폐 이용률이 많은 가게일수록 업주들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천먹거리촌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전체 매출 중 지역화폐 비중이 50%나 된다"며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다면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식품점 업주 B씨는 "추석 선물 세트를 사면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물어보는 손님도 있다"며 "정부에서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정작 골목 상권 살리기에 도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8알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과 '유통산업발전법'의 기준에 따라 사용처가 지정되면서, 이른바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골목 상권에서 추석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한 상점. 김수진 기자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골목 상권에서 추석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한 상점. 김수진 기자
온누리상품권 발행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골목형 상점가' 지정 기준으로 '2000㎡ 면적당 30개 이상의 점포 수'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골목형 상점가를 지정하고 있는 기초지자체들은 보다 많은 점포들이 지정될 수 있도록 점포수를 축소하는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면적당 상업지역은 25곳, 비상업 지역은 20곳 이상의 점포 수로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층 상가 중심의 골목 상권은 이에 부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천천먹거리촌은 3만여 제곱미터 면적 부지 내 대다수의 점포가 1층 또는 2층 형태의 낮은 건물로 이뤄져 있다. 상점이 줄지은 골목은 7곳이 포함되어 있다.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된 인근 구역은 이보다 좁은 5천여 제곱미터 면적이지만, 8층 건물에 점포들이 밀집하고 있어 입점 점포 수가 100곳이 넘는다.

정량적 기준에만 근거한 상권 개념이 현실의 골목 상권을 포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골목형 상점가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하는 상점가의 기준인 2000㎡ 면적 이내에 30개 이상의 점포라는 요건을 따를 뿐, 상권 취약성이나 이용률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해당 기준은 밀집도가 높은 상가 건물이나 빌딩 외에는 지원 대상조차 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해, 대형 부지에서 영업하는 상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상인회 간판. 김수진 기자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상인회 간판. 김수진 기자
천천먹거리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식당과 카페 등이 줄지어 있는 거리임에도 낮은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면적 대비 점포 수라는 기준에 부합이 안 되는 거 같다"며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인데 단순 면적과 점포 수로만 판단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천먹거리촌 윤정수(59) 상인회장은 "먹거리촌 전체 면적 내에 유치원과 교회 등 다양한 시설이 많다"며 "밀집된 점포 형태가 아니면 현실의 골목 상권이 전통시장법을 그대로 따른 골목형 상점가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역 내 상인 90% 이상이 상인회에 가입해 소통하면서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 등록을 여러 차례 건의하고 있다"며 "손님이 와서 온누리 상품권을 쓰겠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실상과 동떨어진 골목형 상점가 지정 요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는 "개별 가맹점이 아닌 상권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상품권"이라며 "30억 이하 매출의 영세 상권은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지원하고 있어 상권에 대한 개념을 상위법에서 근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목형 상점가 지정은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세부 기준을 적용할 조례 제정도 지자체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일대. 김수진 기자경기 수원시 천천동의 천천먹거리촌 일대. 김수진 기자
전통시장 인근이나 골목형 상점가 인근의 상점들도 소비자들이 같은 구역으로 받아들이며 혼란을 겪자 비슷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용인시의 한 전통시장 인근 식당에서는 손님이 온누리상품권 결제를 원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받아 식재료를 구매할 때 사용하기도 했다. 규정대로라면 온누리 상품권 부정 유통에 해당하지만 "손님 1명도 아쉬운 상황에서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용인 남사읍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읍이나 면 단위는 밀집 상권을 이루기도 어려운데 우리 지점이 골목형 상점가 구역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손님들이 (온누리 상품권) 사용을 물어볼 때마다 "저희는 안된다"고 안내해야 해서 아쉽기도 하고, 주변 다른 소상공인도 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골목 상권 활성화의 취지에서 맞게 현실화한 골목 상점가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도의회 박옥분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2)은 "현재의 기준은 여전히 전통시장 중심의 사고방식에 묶여 생활 밀착형 상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골목 상권의 다르고 다양한 특징을 고려해 살릴 방안을 위해서는 조례 수정은 물론 상위법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면적 대비 점포 수가 아닌 주민 이용률이나 매출 기여도, 상인 조직의 활동 여부 같은 실제 상권 기능을 상점가 지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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