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출범 120일이 지난 3일, 첫 추석 연휴를 맞이했다. 12.3 내란사태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탓에 취임 직후 경제 외교 안보 등 직면 현안에 곧장 대응에 나서면서 쉼 없이 120일을 달려왔다.
그간 이 대통령은 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무대 복귀 선언, 한일간 셔틀외교 복원 등을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국민들의 추석 밥상에 긍정적인 화제를 올리는 것이 숙제가 됐다.
인수위 없이 달린 120일…민주한국 복귀 알리고 코스피 최고치
추석연휴 첫 날인 3일, 이 대통령은 취임 121일을 맞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대선인 탓에 다음 날인 6월 4일부터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를 가동시키며 경제위기 대응에 나섰다.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6월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무대에 데뷔한 이 대통령은 순방 도중에도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문턱을 넘은 추경안을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이를 통해 발급된 쿠폰은 소비회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권 안정으로 인해 코스피 또한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 2일에는 최초로 장중 35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G7에서 일본과 캐나다, 영국, 브라질 등 주요국 정상과 회동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에는 일본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지난달에는 뉴욕을 찾아 대한민국 정상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하는 등 유엔총회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귀국 후 이시바 총리를 한국으로 초청해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을 이뤄냈다.
대미 관세협상, 정부여당 강공은 부담…"민심 살피며 자신의 뜻 이해시켜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추석 밥상에는 불편한 화제가 적잖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NBS(전국지표조사),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정기조사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일제히 반등했다가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조사인 10월 1주 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극정평가는 57%를 기록, 2주 연속 2%p씩 하락했다(9월 29일~10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 대상 실시. 통신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가장 큰 고심거리는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이 '건설적인 수정 대안'을 미국 측에 보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의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뉴욕 출국 직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가 '선불'이라고 발언하면서 불안감만 커졌다.
정부와 여당의 과감함이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개입 의혹을 이유로 지난 30일 청문회를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여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를 샀다.
의혹의 실체를 파악해야 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출석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수사만 남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른바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경찰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하루 만에 공개 체포한 것도 정부의 과도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전 위원장을 체포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몸값만 키워준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은 최대한 지원 역할에 치중하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안보리 의장국 역할을 한 직후에 대법원장을 출석시키려는 청문회가 추진되는 등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엇박자가 적지 않다"며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추석에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낮은 자세로 살피는 한편, 정부여당에 자신의 뜻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