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공공기관운영법 등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민주유공자법'이 정권교체 이후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을 두고는 유공자 예우 강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엇갈린다.
최장 330일 지나면 '민주유공자법' 처리 전망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뒤 약 25년 2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게 됐다.
이 법은 6월민주항쟁과 부마민주항쟁, 유신반대투쟁 등에 참여한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유공자로 예우하고, 이들과 그의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의료지원∙양로지원과 그 밖의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됨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최장 180일)와 법제사법위원회(최장 90일) 심사를 마쳐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최장 60일간 논의하게 된다. 범여권 의석이 188석에 이르는 만큼,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유공자 적용대상 놓고 여전한 논란
박종철 열사 영정사진. 연합뉴스법안 통과시 6월민주항쟁 주역인 박종철∙이한열 열사와 전태일 열사 등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받게 된다는 의의가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적용 범위를 두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법안은 적용 대상을 민주화운동사망자∙행방불명자와 민주화운동부상자로 정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더욱 폭넓게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존 '민주화보상법'(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부마민주항쟁 보상법'(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망자∙부상자뿐 아니라 유죄판결, 해직, 학사징계, 구류, 수배 등 불이익을 받은 이들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 시위에서 최루탄에 피격당한 이한열 열사의 사진.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 '셀프 보상법'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민의힘에서 비판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대우나 지원 등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야당과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한 여당 정무위원은 "이 사안은 국민의힘이 상당히 반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합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참전유공자법' 이견 좁히는 돌파구 될까
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산업화∙민주화 세대를 위한 보훈 정책을 동시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전유공자법'(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함께 논의해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내자는 취지였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됐다고 한다.
다만 여야 협상 환경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참전유공자법이라는 지렛대를 다시 살려볼 여지는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참전유공자법 개정안은 '참전명예수당'을 유공자 사망시 그의 배우자가 승계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참전명예수당은 국가보훈부가 65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월 45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부처에서 국가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참전명예수당의 배우자 승계를 사실상 반대하다 보니, 법안 취지를 일부 살린 새로운 방안을 강구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가 예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온전히 그 수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생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해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부터 참전유공자 사망시 그의 배우자에게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참전유공자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생계지원금은 참전명예수당에 못 미치는 월 10만 원이어서 참전명예수당 배우자 승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도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도 참전명예수당의 배우자 승계 근거를 신설하는 '참전유공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불씨를 살렸다. 전 의원은 "지급대상자가 사망할 경우, 고령의 배우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