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사는 A(62)씨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명절 안부 문자 메시지를 하루에 두어 통씩은 받았다. 그러던 중 "OO통운.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택배 배송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익숙한 택배 회사 이름인 데다가 딸이 보낸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 A씨는 문자 메시지 밑에 있는 링크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하지만 자녀들이 문자 링크를 함부로 누르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것이 생각나 딸에게 전화를 걸어 택배를 보냈느냐고 물었다. A씨의 딸은 자신이 보낸 택배가 아니라며 택배 회사에 확인해 이 문자가 '스미싱'인 것 같다고 했다.
예년보다 긴 명절 연휴에 명절 인사, 택배 배송지 입력, 공공기관 사칭 과태료 조회 등으로 가장해 돈을 빼가는 스미싱(문자 결제사기) 문자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추석 기간 스미싱 범죄 발생이 해마다 증가 추세고, 특히 중장년층 피해가 커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노린 스미싱, 6년 사이 17.5배 증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는 명절 연휴 기간 스미싱 사기 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추석 명절을 전후로 발생한 스미싱 범죄는 △2020년 10월 95건 △2021년 9월 140건 △2022년 9월 52건 △2023년 9월 165건 △2024년 9월 227건으로 집계됐다.
상담하는 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직원. 연합뉴스5년 동안 약 2배 넘게 늘었고, 전체적으로 스미싱 발생 건수가 줄었던 2022년 한 해를 빼고는 계속 상승 곡선이다. 특히 2019년 13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7.5배 늘어났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스미싱 범죄의 발생 건수는 △2020년 822건 △2021년 1336건 △2022년 799건 △2023년 1673건 △2024년 4396건이다.
윤 의원은 "명절에는 마음이 풀리고 경계심이 낮아지는 점을 노리는 것"이라며 "추석 연휴에 의심스러운 문자, 잘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문자는 정확하게 확인을 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미싱 범죄는 범인 검거가 까다롭다. 스미싱은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뤄지고 피해자의 돈을 대포통장으로 받아 여러 차례 세탁하는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전후한 기간에 발생한 스미싱 범죄(227건) 가운데 검거된 경우는 27건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추석 명절 전후 기간 스미싱 범죄의 검거율은 10%였다.
50·60대 피해자 대부분…"링크 눌렀다면 전원 끄기"
연합뉴스정부는 이번 추석 명절 연휴 기간을 전후해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부과, 쓰레기 무단 투기 확인에 따른 과태료 부과, 명절선물 택배 배송 조회 등을 사칭하는 스미싱 메시지가 다량 유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기정통부와 KISA는 추석 연휴 기간 문자사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탐지체계를 운영하고, 스미싱 확인서비스 등을 통해 신고·접수된 문자사기 정보를 실시간 분석한다.
아울러 연령이 높을수록 스미싱 범죄에 당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윤건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스미싱 범죄의 피해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가 301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60대 이상(2303명), 40대(2058명), 30대(883명), 20대(888명), 10대(78명) 순이었다.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황석진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자녀들이 선물을 해줄 수도 있는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 문자, 메일, SNS를 통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링크를) 누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링크를) 잘못 눌렀다면 휴대전화를 한 번 껐다 켜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무료로 백신을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추석 연휴 기간 전후 발생하는 사이버사기 및 문자 결제사기 피해 신고 접수 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명절 연휴 중 문자 결제사기 등 사이버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112에 신고하거나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온라인으로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