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치돌봄 제공 모습. 제주도 제공일상생활부터 긴급상항까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제주도민에게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제주가치돌봄이 시행 2년도 채 안돼 이용자 1만 명을 돌파했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고령층과 중증장애인은 정보에 취약해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지난 달 29일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는 '제주가치돌봄 1만 명 시대, 전도민 희망 선포식'이 열렸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시작한 제주가치돌봄 이용자가 올해 8월 말 1만 명을 돌파한 데 따른 축하의 자리였다.
제주가치돌봄은 올들어 급증하더니 8월까지 6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71명보다 2배 이상 폭증했고, 누적 이용자는 시행 2년도 채 안돼 1만 471명을 기록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선포식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은 도민이 1만 명인데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때 함께 어려워하고 함께 걱정하는 가족과 이웃의 수를 생각하면 수만 명의 어려움을 해소해 준 것과 같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가치돌봄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소득이나 연령, 시간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며 "식사지원과 병원동행, 가사지원, 운동지도, 주거편의 서비스 등 생활에 필요한 돌봄을 가까이에서 제공해 누구나 안심하고 일상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장의 말처럼 노인 장기요양등급이나 장애인활동지원 인정등급이 없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제주가치돌봄은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가치돌봄 1만 명 돌파를 기념한 '전도민 희망 선포식'이 지난 달 29일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열렸다. 제주도 제공올해는 특히 달라진 점이 많다. 우선 서비스 이름부터 '제주가치통합돌봄'에서 '제주가치돌봄'으로 변경됐다.
시행초기에는 식사지원과 가사지원, 긴급돌봄 등 3대 서비스에 그쳤지만 올해는 일상생활지원, 식사지원, 동행지원, 운동지도, 주거편의 등 5대 서비스로 확대됐고 긴급돌봄은 국가형 돌봄사업으로 지속되고 있다.
집안일을 돕거나 병원에 함께 가주는 것은 물론 도시락 배달과 맞춤형 운동지도를 하는 생활돌봄부터 대청소나 방역소독, 간편집수리를 해주는 주거편의까지 제주가치돌봄의 형태는 다양하다.
무상지원 대상도 늘어 기존에는 기준중위소득 85% 이하만 돌봄이 무상 제공됐지만 올해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확대됐다.
4인가구 기준 월 소득이 490만 원 이하만 무상 돌봄을 받았는데 올해 609만원 이하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각종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기존 13곳에서 올해는 35곳으로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도 2024년 257명에서 2025년 8월 현재 508명으로 늘어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
제주가치돌봄의 하나인 대청소 모습. 제주도 제공 제주가치돌봄은 도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 맞춰 신청부터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읍면동 통합돌봄창구 방문이나 제주가치 돌봄콜 전화, 제주도청 누리집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면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 담당자가 돌봄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 종류별로 제공기관과 즉시 연계해주는 시스템이다.
지난 6월 낙상사고로 다리가 골절된 A(74, 제주시)씨는 이같은 제주가치돌봄의 덕을 톡톡히 봤다.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유일한 가족 구성원인 외손자는 다른지방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어 돌봐줄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제주가치돌봄을 신청해 매주 금요일 병원을 함께 방문해주는 동행지원 서비스를 받게 됐고, 식사지원은 물론 가정내 방역소독과 방충망 교체 등의 도움도 받았다.
B(88, 서귀포시) 할머니는 시력문제로 앞이 잘 안보여 병원 방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동행지원 서비스를 통해 병원 왕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눈이 침침해 문턱이나 계단에서 자주 넘어졌고 목욕도 제대로 못했는데 안전편의시설 설치와 방문목욕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뇌출혈로 왼쪽 팔다리 동작이 불편한 C씨(60, 남)씨는 고령의 아버지와 함께 운동지도를 받는 사례다.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C씨는 자신도 거동이 힘들지만 고령의 아버지도 장기요양 4등급이어서 서로를 돌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가치돌봄의 하나인 동행지원 서비스. 제주도 제공이처럼 올들어 돌봄은 8월 말 기준으로 모두 6013건이 제공됐다. 서비스 형태도 5종으로 다양해 '생활돌봄'으로 분류된 집안일 돕기가 958건, 방문목욕 460건, 식사지원 2425건, 동행지원 69건, 운동지도 232건 등으로 집계됐다.
'주거편의' 서비스인 안전편의시설 설치는 244건, 방역소독 758건, 간편집수리 610건, 대청소 257건 등이다.
2023년과 2024년은 돌봄 서비스 3종에 불과해 2023년은 683건 중 가사활동 209건, 방문목욕 77건, 식사지원 388건, 긴급돌봄 9건이었고, 2024년은 3775건 가운데 가사활동 1040건, 방문목욕 473건, 식사지원 2121건, 긴급돌봄 141건 이었다.
제주시 연동주민센터 이승아 간호사는 "혼자 사는 분이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누구에게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분들을 발굴해서 신속하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에 있는 돌봄 서비스와 연계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고서경 간호사는 "독거 노인들의 경우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거나 장을 보러 갈때도 어려움을 느낀다"며 "식사지원이나 병원동행이 사소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런 분들한테는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돌봄의 의미를 설명했다.
제주가치돌봄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간 돌봄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고 장애인 밑반찬과 어르신 통합돌봄, 방문목욕 등 유사제도를 통합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제주가치돌봄의 하나인 간편집수리 모습. 제주도 제공
문경자 할머니(82, 서귀포시 안덕면)는 "돌봄 선생님이 다해주니까 내가 살지 나혼자는 못 산다"며 "함께 약도 지어다 주고 어깨나 옆구리에 파스도 붙여주니 돌봄 선생님이 나한테는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재유 할아버지(92, 제주시 일도2동)도 "나이가 드니까 다리나 허리 구부리기가 힘들었는데 집에 난간이랑 손잡이를 설치해주니까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안해졌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안준철 할아버지(96, 서귀포시서홍동) 역시 "집에서 TV보는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돌봄 선생님이 집에 와서 다리도 주물러주고 마사지 기계로 안마까지 해주니 팔자가 폈다"며 활짝 웃었다.
서귀포시 통합돌봄지원센터 소속 조봉선씨는 "어르신들이 좋아지면 나도 행복해진다는 마음으로 돌봐드리는데, 너무나 좋아하고 고마워 하니까 내가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제주도 사회서비스원 강혜자 차장은 "제주가치돌봄 서비스가 한 명의 이용자한테 전달되기까지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과 사랑이 담겨 있다"며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이 딸처럼 반갑게 맞아주며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는 말을 할때 가족의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령층과 중증 장애인의 경우 제주가치돌봄 제도 자체를 몰라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와 각 행정시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고령층과 장애인 가구에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주가치돌봄 제도를 알린다고 하지만 일일이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제주가치돌봄의 하나인 운동지도 모습. 제주도 제공무상지원 대상자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도민 누구나 돌봄을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610만 원을 넘으면 각종 서비스를 신청해도 수가 기준에 따른 이용료를 내야 한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무상 돌봄 서비스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는 기준 중위소득 100%까지 무상 지원 대상이었지만 내년에는 120% 이하 가구까지 늘린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4인 가구 월 소득이 649만 4000원에서 779만 2000원까지로 확대해 더 많은 도민이 무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무상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것이 제주가치돌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