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가 2009년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약 4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노동계는 1일 일제히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란봉투법의 유래가 된 손해배상이 16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쌍용차 노조는 30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몬 손해배상 압박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나게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16년에 걸친 기나긴 싸움 끝에, 쌍용자동차 손해배상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사건으로 남아 있다"며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절규 속에 77일간 이어진 파업 투쟁은 국가폭력과 기업의 무자비한 손배소로 짓눌렸고, 많은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거나 삶이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손배 문제 해결이 아니다. 그것은 '손배 보복의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분명한 이정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손배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은 모든 손배 사업장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케이지모빌리티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남은 사업장에서도 이와 같은 결정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009년 당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한국노총은 "이번 사건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노동조합이 소속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이 발단이 됐다"며 "회사의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는 30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고, 지역 공동체에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는 한국 사회 노사관계에도 많은 숙제를 던졌다"며 "정리해고·고용 문제로는 교섭조차 할 수 없어서 불법파업을 해야 하고, 노조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막대한 손배를 부과해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케이지모빌리티 노사의 이번 합의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만든다"며 "노사가 폭넓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을 현장에 안착하는 방안 마련을 찾겠다며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노사 양측 의견을 단순히 맞추려는 '중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 후속 조치라는 꼬리가 개정 노조법의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노조 탄압을 위한 악의적 손해배상에 맞서 싸워온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도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는 쌍용자동차지부의 노고와 헌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노사 교섭의 한 축인 KG모빌리티의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역사상 가장 긴 소송이 '교섭'으로 종결된 것"이라며 "이로써 2009년 정리해고 파업에 대해 제기한 국가와 회사의 모든 소송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손잡고는 특히 노란봉투법에 갖는 쌍용자동차 손해배상 사건의 의미를 짚었다. 손잡고는 "(이번 사건은)소송과정 자체로 노란봉투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시민들이 이름붙인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에 대한 국가손배와 회사손배 1심 판결금액 47억원에 대해 문제인식에 공감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탄생한 '노란봉투캠페인'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로 해당 손배소와 그 해결과정은 입법에 미친 시사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용자동차지부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은 정리해고가 기업 문제, 노동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는 정리해고와 같은 경영상 결정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노동쟁의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2조 노동쟁의 확대로 법개정까지 닿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 미집행 안건을 의결하고, 이날 금속노조에 '부집행확약서'를 전달했다. 확약서에는 'KG모빌리티는 대법원 손해배상 사건 관련 2025년 9월 30일 자로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결정으로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파업 이후 이어진 16년 간의 법적 갈등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