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박상희 기자부산지역 미분양 주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7천 호를 넘었고 준공 후 미분양 세대도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수요와 공급 시차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지만, 지역에서는 위기감과 함께 더욱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 7천 가구 넘어…준공 후 미분양도 서부산·원도심 증가로 '역대 최다'
1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7146가구로 집계돼 처음으로 7천가구를 넘었다.
한 달 전 5573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28.2%나 급격하게 증가했다.
부산지역 미분양 가구 수는 5월에 5420호를 기록한 뒤 석 달 동안 감소하지 않고 5천가구대를 유지해 왔다.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도 8월 기준 2772호로 집계돼 역사상 가장 많았다.
지난 1월 처음으로 2천호를 넘긴 뒤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결국 3천가구에 육박하는 주택이 준공 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았다.
지역별로는 동구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이 210가구에서 419가구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사하구도 439세대에서 448세대로 소폭 증가했다.
사상구와 부산진구도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400세대 넘는 집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집계돼 장기 미분양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차에 따른 일시적 현상" 설명에도 불안 확산…"양극화 뚜렷해져" 우려도
부산시는 지난달,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시장 안정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시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공급 시점과 수요 회복 간 시차가 반영돼 미분양 주택 수가 늘었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후분양에 따른 증가"라며 "7~8월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미분양 주택 물량은 향후 차츰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섰고, 일부 구에서는 매매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 올해 1월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한 점 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라고 분석하며 미분양 주택 수 감소를 예상했다.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오랫동안 하락세였던 만큼 가격은 충분히 조정을 받았고, 반면 전세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매매 가격은 조만간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다만 현재 발표된 미분양 가구 수 자체는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추세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여전히 서부산에 집중돼 있다며 전반적인 회복세와 별도로 양극화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경우 미분양 세대가 5천세대를 넘어갈 경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7천세대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미분양이 계속 증가한다면 주택시장 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시장에서는 사상과 사하 등 서부산권과 부산진구 등에 미분양이 많다. 이 지역은 장기 미분양이 많아 준공 후 미분양도 눈에 띄게 늘어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며 "해운대와 수영 등 동부산권 집값은 상승하는 반면 서부산권은 계속 하락세를 보여 양극화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