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약사회가 29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약사 제도 해결 촉구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한한약사회 제공최근 부산 동아대병원 약국거리에서 한 약국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전을 계기로 해묵은 양·한방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두고 법 해석이 엇갈리며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제도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 동아대병원 앞 약국거리에서는 최근 약사 13명이 A 약국 개설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약사들은 약국 건물이 동아대병원 시설이어서 의약분업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부산지법 행정1부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건물 입구가 병원과 별도로 있고, 같은 건물 2층에는 병원과 무관한 사무실이 있어 A 약국은 병원 안 시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전을 두고 약사와 한약사 간 신경전은 여전하다. 한약사들은 A 약국 주인이 약사에서 한약사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약사들이 '한약사 개설 약국'을 겨냥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약사들은 일부 약사들이 의약분업 원칙을 두고 제기한 소송이며, 한약사 개설 약국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는 약사와 한약사 간 오랜 기간 이어진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양측은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지난 1994년 약사법 개정으로 한약사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법 조항을 두고 양·한방 양측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약사법 제2조는 약사는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정의했다. 제20조에선 '약국 개설자'로 약사와 한약사를 규정했다. 제50조는 '약국 개설자'가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30일 대한약사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약사 문제 해결 9만 약사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대한약사회 제공
약사들은 한약사의 업무 범위가 한약과 한약제제로 제한되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일반 약사를 고용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와 한약사는 엄연히 면허 범위가 다르고,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는 면허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다"며 "한약사에게 허용된 업무영역을 넘어 모든 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국가 면허체계와 의약품 허가 체계를 무시하는 심각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약사들은 한약사도 법에 따라 약국 개설자에 해당하는 만큼,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대한한약사회 관계자는 "한약사 개설 약국은 국가로부터 약국 개설 허가를 받은 요양기관"이라며 "일부 약사 단체에서 제약사에 압력을 넣어 한약사 개설 약국에 의약품 공급을 막고 있어 약국의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한방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양측은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한약사회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한약사제도를 만든 정부는 '두 단체가 합의하라'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대한약사회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통해 "면허 범위에 맞게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한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방향으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0년간 방관과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