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지만, 당 내부에선 벌써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앞서 당내 중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것처럼 국민의힘이 현재 외치고 있는 야당탄압, 독재정치 구호로는 중도층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등 법안을 예정대로 처리하려고 하자, 내부 검토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결정했다.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해 민주당의 입법 계획에 차질을 주고, 동시에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대구에서 했던 장외투쟁을 이번엔 서울까지 끌고 와 할 계획이다. 문제는 원내투쟁과 달리 장외투쟁에 대해선 당내 반응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당장 대구 장외투쟁 때부터 당내 한 중진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비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단체대화방에 "제 생각에 야당탄압·독재정치라는 이슈(구호)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치에 관심 없는 계층,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대구 장외투쟁의 결과를 두고도 혹평이 잇따랐다. 국민의힘은 대구 장외투쟁에 앞서 지역별로 동원해야 할 인원을 할당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민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집회가 판을 흔들 정도의 힘을 가지려면 결국 중도층이 동참할 계기가 필요하다"며 "조국 사태 때 광화문에 10만 명 이상이 모였던 건 동원이 아니라 민심의 폭발이었다"고 지적했다.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경찰은 대구 장외투쟁 당시 2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의힘은 7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조차 10만 명이 모이지 못한 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문재인 정권 조국 사태 당시 장외투쟁 기세는 돼야 여당을 압박하는데 이번 대구 집회에는 민주당이 반응도 없었고 오히려 '장외투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청래 똘마니' 같은 자극적 발언만 부각되고 정부여당의 사법부 장악이라는 본래 메시지는 희석됐다"며 "당내 대국민 메시지를 파급력 있게 전달할 인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이달 28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을 열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대한문 앞이나 서울시청 광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서울 집회에는 최소 10만 명이 모일 것"이라며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사법부 장악 시도를 집중 부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이번 대구 집회가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평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략적 전환 없이는 중도층 외연 확장은커녕 피로감만 누적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장외보다 원내 투쟁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STOP THE STEAL(부정선거 중단하라)', '윤석열 어게인'과 같은 극우 구호가 앞에 서면 오히려 '극우 프레임'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통일교 집단 입당 논란이 이어진 상황에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 역시나 극우 세력이 몰려왔다'식이 돼버리면 당의 메시지는 희석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100만 명 이상 모일 게 아니라면 오히려 세가 약해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교안 때도 장외투쟁에 반대가 많았다. 그나마 당시 황 대표는 원외 인사였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쳐도 장동혁 대표는 원내 인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