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로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이 비자를 소유한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피하고 미국에 머물 것을 긴급하게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9일 밝힌 새로운 비자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출국 계획은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MS는 지난 19일 트럼프 행정부 발표 이후 자사의 H-1B 비자 직원들에게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MS는 또 추가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백악관의 설명이 "현재 중요한 개인 사유로 해외에 있는 동료들의 귀국을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며칠간 입국장에서 일부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의 한 직원은 가족 방문을 위해 계획했던 도쿄 여행을 백악관 발표 이후 취소했고, 아마존은 H-1B 소지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보유자들에게도 미국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연합뉴스
새 규정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대폭 인상되는 이번 수수료가 신규 비자에만 적용되고 기존 비자 소지자의 미국 출입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제도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 전역 기업들에 혼란과 불안이 확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미국 내 전문직 취업이 가능한 'H-1B' 비자의 수수료를 100배 증액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오히려 미국 기업에는 큰 타격이 되고 타국에는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는 전문직 비자 수수료 대폭 인상이 초래한 혼란을 살피면서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캐나다를 비롯한 타국에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기술 기업들의 연합체인 '챔버 오브 프로그레스'의 애덤 코바체비치 대표는 NYT에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 변화가 미국의 인공지능(AI) 분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중국과의 AI 전쟁에서 한 손이 등 뒤에 묶인 채 싸우는 것과 같다"며 "AI 분야의 최고 인재는 한정돼 있으며 그중 일부는 외국 출신"이라고 짚었다.
미국 내 기술 기업 사이에서 불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 투자업계에서는 관세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자 수수료를 내거나 비자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대기업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 회사 와이 콤비네이터의 게리 탠 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의 기반을 와해시키는 일"이라면서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포함한 모든 해외 기술 허브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