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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생에너지가 '과잉'으로 블랙아웃 위험? 본격 팩트체크[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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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대통령 재생에너지 집중 발언 이후 지적 보도 쏟아져
OECD 꼴찌 재생 비중에도 "과잉" 주장한 보수 언론 공세
블랙아웃 위험? 실상은 석탄·원전 최소발전 강제 구조
유럽·중국은 재생 우선 접속 원칙 전환…한국만 기득권 유지



◆ 홍종호> 다음 이슈 들어가 볼까요?

◇ 최서윤> 신재생 과잉으로 블랙아웃 위험 팩트체크. 지난주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보셨죠? 명확하게 발언했어요. 신규 원전 건설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발언 나오고 나서 실망한 업계가 있을 거예요. 원전 업계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신규 원전 짓기로 했던 건 짓지 않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던 측면이 있었는데 크게 당황한 기색으로 보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지난주부터 기사랑 사설로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을 직간접적으로 공격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우리 프로그램에서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가져와 봤습니다.

◆ 홍종호> 일부 언론의 그런 반응을 100% 예상했고요. 저도 그런 기사들을 봤는데 한 번 내용 설명해 주세요.

◇ 최서윤> 일단 신호탄이라고 할 만한 건 9월 15일 자 조선일보예요. 한 면 전체를 할애해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었어요. 메인 기사를 보시면 이 대통령이 태양광 속도전을 주문했는데 현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으로 비상이라는 취지의 기사가 나왔어요. 그러니까 재생에너지가 과잉 공급되면 블랙아웃 대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경고한 거예요. 태양광 발전에 속도를 내라고 위에서는 주문하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발전소 가동을 강제 중단해 버리는 거죠. 출력 제어를 꺼버리는 경우가 급증해서 위기라는 얘기입니다.


◇ 최서윤> 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량이 72.3GWh(기가와트시)였다고 해요. 이만큼의 전력을 만들어내고도 못 쓴 손실량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72.3GWh라고 하면 와닿지 않잖아요. 얼마나 많은 양이냐면요. 작년 연간 출력 제어량이 20GWh였다고 해요. 올해는 작년의 3.6배에 달하는 거예요. 꽤 늘었죠. 이 정도 분량이면 국민 1800만 명, 즉 우리나라 인구 3분의 1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습니다.

특히 심각한 문제로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긴급 출력 제어가 처음 시행됐다는 점을 짚었어요. 핵심은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 제어도 올해 상반기에 25번까지 급증했다고 지적한 거예요. 출력 제어가 발생하는 거는 만들어 놓고 못 쓰는 거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긴 합니다. 그리고 출력 제어 기준이 불분명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수익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업자가 투자 결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요. 이런 우려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면 조금 더 명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단법인 넥스트가 작년 9월에 발표한 브리프를 보면 출력 제어가 발생하는 원인이 다양합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게 공급 과잉이고요. 그리고 전력망 인프라가 미비해서 생기는 송전 제약, 이밖에 예비 전력 부족, 관성 부족, 인버터 기능 마비와 같은 기술적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아직은 출력 제어의 원인과 발생 위치 제어량 같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이 되더라고요. 개선이 필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 홍종호> 일부 언론들에서 재생에너지가 과잉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재생에너지의 저주라면서 충격적인 기사 제목을 썼어요. 이런 제목을 볼 때면 OECD 38개국 중에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꼴찌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과잉이란 말을 쓸 수가 있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여러 배인, 즉 60%, 70%, 80%, 90%까지 되는 나라들은 하루건너 하루씩 계속 정전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전력망 구조로 되어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재생에너지 과잉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의 방향을 바꿔서 석탄 과잉이나 원전 과잉은 아닌가 하며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왜냐하면 지금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는 게 너무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됐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서 이런 식의 반응은 현재의 전력 수급 질서에서 기득권을 계속 인정하고 가겠다는 과거 지향적인 생각의 바탕에서 나온 표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서윤> 맞아요. 방금 기득권이라는 얘기하셨는데 생각보다 석탄이 아직도 기득권이에요.

◆ 홍종호> 전체 전력 비중의 30%입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기후솔루션도 올해 8월에 관련 브리핑을 냈는데 무슨 내용이냐면요. 국내 화력 발전소의 최소 발전 용량을 너무 과도하게 보장해 주고 있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어요. 최소 발전 용량이라는 건 발전소가 적어도 이 정도 발전량은 내야 한다는 기준이에요. 발전소가 한 번 지어서 가동을 시작하게 되면 발전량을 마음대로 끌 수도 없고 줄일 수가 없잖아요. 내부 온도랑 압력이 불안해지면 설비가 마모되고 손상이 될 수 있죠. 또 연료가 충분히 타지 못하면서 오히려 대기 오염 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요.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동 시작하면 최소 이만큼은 가동해야 한다는 양인 거죠.


◇ 최서윤> 문제는 국내 화력 발전소에 보장해 주는 최소 발전 용량이 국제 권고 기준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최대 출력의 절반 이상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국제 권고 기준을 보니까 30~40%밖에 안 돼요. 하다못해 중국이랑 인도, 일본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하고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보장해 주고 있는 거죠.

애초에 쓰는 전기의 수요량이 정해져 있잖아요. 이걸 넘어서 전기가 과잉 생산되고 남아돌면 안 된다는 게 블랙아웃 우려의 기본 전제잖아요. 그런데 애초부터 우리나라에서 화석연료가 수요 대비 전력 공급량의 하한선을 너무 많이 채우고 있다는 거죠. 그걸 빼고 남은 여유분에만 재생에너지 발전을 할 수 있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거예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하더라도 화력 발전기 최소 출력을 충당하느라고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꺼버리고 있는 거죠. 이게 지금 제기되는 출력 제어 상황의 본질인 겁니다. 이쯤 되면 블랙아웃 문제의 원인이 진짜 재생에너지에 있는 건지 다른 곳에 있는 건지 명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 홍종호> 아주 잘 지적해 주셨고요. 유럽의 여러 나라들, 심지어 중국도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 전력 수급의 운영 규칙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거죠. 재생에너지가 늦게 들어온 발전원인 건 분명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청정한 발전원이기 때문에 빨리 늘려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발전하는 전기를 먼저 구매한다든지 접속하는 거죠. 이 원칙 아래에서 다른 발전원들이 따라가게 만드는 식으로 하면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최대한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거죠.

한국은 아직 여러가지 조건 때문에 안 되고 있어요. 원전은 함부로 껐다 켰다 할 수 없으니까 계속 전기를 공급해야 하고 석탄도 계속 불안정해지면 안 되고 정전하면 안 되니까 돌려야 한다는 건데요. 이러니까 재생에너지를 기껏 만들어 놨는데 설 땅이 없는 거예요. 10%인데 이 정도면 앞으로 15%, 20%로 가면 도대체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건지요. 이 사안에 대해서 관계 당국, 특히 전력거래소인 한전 같은 쪽과 정부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겁니다.

◇ 최서윤> 네. 다시 기사 내용으로 돌아가면요. 과잉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으로서 전력망이랑 ESS를 빠르게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어요. 한전이 지금 자본 잠식이 심각한데 그걸 할 수 있을지,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우리나라에서 송전선로 하나를 지으려면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단기간에 해결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어요.

재생에너지 확대하려면 전력망 확충은 정말 필요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이 빨리 추진돼야 하니까 우리도 이야기하고 정부에서도 계속 공약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걸 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여전히 있다는 거고요. 그게 바로 화력 발전소의 최소 발전 용량을 줄이는 등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발전원의 비중을 줄이는 거죠. 이런 여러 가지 논리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주도권이 산업부에서 환경부, 정확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면 우려가 된다는 것인데요.

환경부가 규제 부처인데 송전망 같은 인프라 건설에 소극적이지 않겠나 하는 지적들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을 앞두고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 우려는 이미 한번 일축이 됐습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9월 9일 환경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장기 송전선 설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더니 자신 있게 대답하더라고요. "제가 이 분야를 맡은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금은 대규모 발전 설비, 대규모 석탄 발전소, 원전에서 일방적으로 송배전하고 수용하는 시스템인데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는 송배전 체제로 전체적으로 교체,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력망을 어떻게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 최서윤> 김성환 장관이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상임위를 오랫동안 맡아왔어요. 거기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전력망 구축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높여 왔어요. 그래서 막연히 환경부는 규제 부처이기 때문에 송전망 같은 인프라 건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조금 주장에 불과해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 홍종호>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조금 늘면서 생기는 커테일, 즉 끊어내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적, 중장기적인 대책을 정부가 잘 잡아야겠죠. 타임라인을 잘 잡아서 일차적, 즉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우선 접속하고 구매해서 판매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줘야 합니다. 그렇게 안 하고 계속 석탄은 석탄대로 써야 하고 원전은 원전대로 다 써야 한다고 하면요. 기껏 재생에너지를 늘려봤자 사업자들은 돈도 못 벌고 그냥 고통에 빠져들게 되는 거예요.

외국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겠습니까? 재생에너지가 50년 전에도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외국 사례가 너무 많아요. 이걸 어떻게 이겨냈는지, 어떤 식으로 해서 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는 전력 수급 계획을 실현할 수 있었는지를 보면 이미 답이 다 나와 있어요. 그걸 우리가 벤치마킹해서 그 방향대로 가는 것이 필요하고요. 한국 사람 중에도 국내외에서 여기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존의 전력망을 잘 활용해서 재생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운영 규칙을 선진화하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 잘 써야죠. 그래서 당장 단기적으로는 이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죠.

물론 이 과정에서 석탄이나 원전하시는 분들은 아쉬울 수 있겠죠. 그동안에 대세였는데 더 이상 대세가 아닌 쪽으로 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받아들여야죠. 계속해서 절대 기득권을 놓을 수 없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는 거예요. 여기에 편승해서 자꾸 왜곡된 기사를 써서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전력 시스템에 있어서 외국 사례를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발전을 이루겠구나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됩니다.

◇ 최서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 말씀하신 다른 발전원의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기득권에 변화가 생기는 것들도 같이 작업하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김성환 장관이 의원 시절에 PPA, 즉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제도를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해서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많이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최근에 기사를 보니까 LG화학이 대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올해 6월 말부터 전력 직접 구매를 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재생에너지 확대 시기에는 전력망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어요. 다 같이 에너지 공부하면서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짜고 있는지에 대해 검증해 나가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5년이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 홍종호> 맞아요. 지금 최 기자께서 좋은 얘기해 줬어요. 앞으로 이런 이슈를 싸움으로 생각하지 말고, 다른 나라 하듯이 재생에너지를 늘리고요. 거기서 새로운 일자리, 수입이 생기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분산은 지역 기반으로 가니까요. 재생에너지 발전이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대안적인 정책이자 사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벌써 그런 것들을 실현하는 지역들도 나타나고 있고요. 우리도 속도감을 내서 다른 나라가 잘하고 있는 것을 빨리 벤치마킹하면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고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해왔던 전통 발전원인 원전, 가스, 석탄을 합치면 90%인 유일무이한 나라죠. 그런 것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해왔으니까 양보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기업들도 살죠. 이렇게 갈등을 일으킬 문제인가 싶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방향은 분명해요. 내 몫이 줄어드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애국하는 마음으로 양보도 하고 같이 잘 살자고 이렇게 호소하고 싶어요.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모든 기업이 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잖아요. 이렇게 국민 설득도 하고 업계도 설득하면서 앞으로 5년을 보내면 대한민국이 탄력을 받아 잘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은 절대 여기서 주저앉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어요.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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