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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 파괴 개발 그만…새만금신공항 취소 法판결 의미는[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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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법원 "새만금신공한 건설사업 기본계획 위법"
"조류 충돌 위험 저감 자체가 불가…회복 어려운 생태계 파괴" 지적
1307명 원고에 힘 실어준 조종사 등 각계 전문가…마우리족까지 연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서 국가개발사업 실체적 하자 인정한 첫 사례
전국 8개 신공항 사업 재검토 불가피
홍종호 교수 "지역균형발전, 세금 쓸 가치 있는 방향으로 선회하길"


◆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오늘 어떤 흥미로운 얘기 준비해 주셨습니까?

◇ 최서윤> 공항 개발 전성시대 끝, 새만금으로 법원이 던진 경고장. 지난주에 나온 법원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1심 판결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가뜩이나 내년에 지방선거 앞두고 우려되는 이슈예요. 정치권에서 무분별하게 지역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법원이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 홍종호> 네. 제가 지난 30여 년 가까이 경계성 없고 무분별한 국책 사업에 대해서 늘 지적하고 비판해 왔는데요. 이런 식의 법원 판결은 처음이에요. 법원이 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지금까지는 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지금까지는 패소의 역사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1심에서 승소한 거라서 저도 상당히 감개무량하게 뉴스를 봤습니다.

◇ 최서윤> 판결문이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지난주 11일에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에서 내린 1심 판결이고요.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 사업 기본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3년 전인 2022년에 소송을 냈었는데 이게 받아들여진 겁니다. 원고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는데 사실은 더 많아요. 1307명으로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이 이름을 올린 거고요. 피고는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법원이 새만금신공항 사업 지역에서 특정 거리 이내에 거주할 경우 공항이 건설되면 환경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걸 인정한 거죠. 세 분의 원고에 대해서만 요청을 인용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긴 했는데 사실 원하는 바는 딱 하나였어요. 이 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거였는데 이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이 났지만 그게 아닌 거죠.


◆ 홍종호> 사실상 1307명이 모두 공항 건설 취소를 요구했고요. 법원에서는 이 중에서 공항 건설로 인해 3명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인정하여 요청을 받아들였는데요. 그 결과로 공항 건설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거죠?

◇ 최서윤> 맞아요. 그러니까 이 3명이 당사자가 되는 거고요. 원고 적격성 판단과 같은 이야기들도 나오지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판결문이 총 69페이지거든요. 그런데 12쪽부터 47쪽까지인 36페이지, 절반 이상을 할애해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의 위법성을 따지고 있습니다. 결론이 위법이라는 건데 이유를 짚어드릴게요. 우선 재판부에서 국토부가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 기본 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과 인근 조류 서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부실하게 조사하고 평가했다고 명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토부는 공항이 건설되고 항공기를 운항하면 인위적 교란이 발생하면서 조류가 알아서 주변 유사 서식지로 이동하고 회피할 걸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어요. 어차피 사업 부지 내에 법정보호종이 서식하지 않으니 건설해도 직접적인 서식지 훼손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펼쳤는데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겁니다.

◆ 홍종호> 국토부는 조류가 주변 유사 서식지로 옮겨갈 거라고 주장하네요. 아직도 국토부가 이런 사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러워요. 새만금 사업 자체가 원래 서해안의 거대한 갯벌을 없애게 되는 사업이었는데요. 그 당시에 해외 학자들도 국내에 많이 왔어요. 국내외 조류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가요. 새만금 지역이 굉장히 중요한 철새의 이동 경로 상에 있어요. 여기에서 새들이 배를 채우고 다시 날아간다는 거죠. 그런데 새만금 지역에 갯벌이 없어지면 새들이 옆에 있는 유사 서식지로 가서 배를 채우고 가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냥 날아간답니다. 충분히 영양 섭취가 안 된 상태에서 날아가니까 시베리아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져 죽는 거예요. 그 당시 그걸 우려하는 조류 학자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컸어요.

◇ 최서윤> 20년 전에요.

◆ 홍종호> 네. 새만금 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때죠. 결국 새만금 사업이 강행돼서 지금까지 문제가 많은 국책 사업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 당시에 그렇지 않다고 얘기했는데 국토부에서는 지금도 이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너무 사업에만 매몰돼 있다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 최서윤>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을 법원에서 속 시원하게 다 짚었어요.

◆ 홍종호> 너무 좋습니다. 드디어 우리 법원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됐습니다.

◇ 최서윤> 공항 부지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뿐만 아니라 그냥 식생을 광범위하게 우려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몇 가지 뽑아봤는데요. 사업 부지 중에 해수가 유통되는 지역에는 염생 식물이 서식하고요. 인근에 법정보호종 조류, 즉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같은 철새들을 비롯한 다수의 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해요. 또 사업부지에서 7km 정도 떨어진 서천 갯벌이 습지 보호 지역에다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고 9km 정도 떨어진 지역은 야생생물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 부지는 조류 충돌 위험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항공 운항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조류 충돌을 피할 수가 없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더라고요. 거기다가 사업 부지와 인접 지역에 분포한 법정보호종 조류 등의 서식지 축소나 개체 수 감소와 같은 영향을 미치고 서천 갯벌의 자연환경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어요. 이 지역의 보존해야할 생물다양성을 해치게 되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법원이 직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 홍종호> 최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번에 판사들께서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결국 조류 충돌 위험이 너무 커서 안전한 운항을 하기가 어려운데 국토부가 이걸 상당히 과소평가했다는 것이죠.

◇ 최서윤> 네. 인위적으로 축소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도 너무 크다고 본 거죠.


◇ 최서윤> 네. 무엇보다 저는 이 판결문 보면서 되게 흥미로웠던 게요. 사업 취소를 통해서 보호해야 할 식생을 정말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잘 모르는 새 이름도 많은데 시간을 할애해서 조금 읊어볼게요. 새만금이 방조해서 만든 지역이긴 하지만 해수가 오가는 지역에는 해홍나물, 나문재, 퉁퉁마디, 갯질경, 갯잔디 같은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해요. 또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대양주까지 가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기착지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공항 부지 인근에 철새들의 월동지, 중간 기착지 등으로 이용되는 장항해안, 유부도, 금강하구, 옥녀저수지, 옥구저수지, 만경강 하구 등이 분포돼 있어요. 그다음이 정말 하이라이트인데요. 공항부지에서 반경 13km 내에는 법정보호종을 포함해서 31종의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하면서 다 읊었어요. 개리, 큰 기러기, 흰이마기러기, 큰고니, 소쩍새, 수리부엉이 등 31개를 다 읊었어요.

◆ 홍종호> 네. 우리가 잘 아는 원앙도 있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이런 조류가 공항 부지와 주변을 취식지와 번식지로 이용하면서 서천 갯벌과 주변 수역을 오가는 게 다 확인이 됐다는 점도 짚었어요. 민물가마우지 같은 경우에는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서 조사해 봤더니 옥녀봉을 중심으로 새만금호, 만경강, 금강하구, 금란도 등을 주로 행동 권역으로 이용하고 일부 개체 같은 경우에는 위치 추적을 해봤더니 아예 갯벌을 행동 권역으로 이용하는 게 확인됐다는 겁니다.

◆ 홍종호> 네. 사실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릴 때는 공항 건설 사업의 두 측면을 모두 보잖아요. 이른바 경제에서 말하는 편익과 비용을 균형 있게 보려고 하지 않습니까? 말씀을 들어보면 조류 충돌 위험이 있다는 등의 비용은 분명한 것 같아요. 또한 주변 식생을 보호해야 하는데 공항이 건설되면 이게 파괴가 된다는 것도 비용이겠죠. 그런데 국토부에서는 공항을 건설하면 좋은 게 많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 않았겠어요? 약방의 감초처럼 하는 얘기 아닙니까?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 최서윤> 아마 눈 감아도 읊으실 레퍼토리가 그대로 나왔는데요. 기업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성장 격차가 커지고 있고 전북 지역은 전국 16개 시도 중에 낙후된 편에 속해서 지역 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어요.

◆ 홍종호> 굉장히 감성에 호소하는 느낌입니다. 실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이 사업을 통해서 전북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최선인지, 더 좋은 길은 없는지를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거거든요.

◇ 최서윤> 맞아요. 법원이 뭐라고 했냐면요. 지역 균형 발전과 전북권 경제 활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그 공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더라도 공항을 지어서 침해될 수 있는 공익인 항공 운항의 안전성, 지역 생태계 보존과 같은 공익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게다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도 짚었어요. 국토부가 타당성 평가를 했더니 비용 대비 편익이 0.479라고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건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죠.

◆ 홍종호> 그럼요. 1보다 훨씬 작고 0.5가 안 되니까요.

◇ 최서윤> 지역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다 면제받은 채로 추진됐어요. 이것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목했어요. 그리고 이번 판결에서 작년 말에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도 언급한 점이 의미 있더라고요.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사업 부지보다 위험도가 훨씬 낮다고 평가됐던 무안 공항에서조차 조류 충돌로 인해 대형 참사가 발생한 점까지 고려하면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 소중한 인간의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 홍종호> 결국 무안공항보다 새만금신공항이 위치한 부지에서 조류 충돌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과학적으로 나와 있다는 얘기군요.

◇ 최서윤> 네. 맞아요. 환경 운동하시는 분들이나 이런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법원의 지적 자체가 촌철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와요. '보일 뿐'이라는 말이 되게 의미 있더라고요. 그리고 국토교통부가 신규 공항 입지 검토 모델을 하나 설정해서 수치를 제시해야 되잖아요. 조류 약 159종을 대상으로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는데요. 1년 동안 발생할 걸로 예상되는 조류 충돌 횟수를 보면 원주 공항이 제일 적은 걸로 나와요. 0.00657회 정도 발생할 수 있고요. 인천이 현재 공항 중에서는 제일 높은 2.9971회로 나와요. 그런데 새만금 지역은 반경 13km 내에서 최소 10.45회, 최대 45.9회로 인천보다 훨씬 높아요. 이걸 반경 5km로 좁혀도 최소 9.45회, 최대 43.02회거든요. 인천하고 비교하면 최소 5배에서 최대 20배 이상 높다는 겁니다. 지금 인천 공항이 가장 높은데 새만금신공항은 더 높다는 거죠. 이게 국토부가 모델링해서 제시한 건데요. 법원이 이것조차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 홍종호> 결국은 조류의 생태계 보전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생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잖아요. 이미 무안공항에서의 참사를 목도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말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이번 판결 의미요. 원고 중 한 분이었던 김지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공동집행위원장분을 인터뷰하며 판결 의미나 소회 같은 걸 들어봤어요. 한 번 들어보실까요.

◇ 김지은> 수라갯벌이 전 세계를 이동하는 동아시아 철새의 이동 경로에서 핵심 기착지예요. 그래서 생태적 중요성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거든요. 이동 경로에 관계된 단체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같은 전 세계 조류 보호 단체들에도 얘기해서 의견서도 제출하시고 성명서도 발표하셨습니다.

◇ 최서윤> 이게 처음에 말씀하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에요. 결성하고 서명도 받는 등의 소송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약 5년 정도 되는 거예요. 연대를 끌어내기 위해서 글로벌 단체와 시민단체로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민분들도 참여해 주셨고요. 단순히 환경 보호와 갯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 경제적으로 왜 안 되는지를 따지고 법원을 설득할 수 있는 국내외 전문가분들을 직접 섭외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여요. 뉴질랜드 마오리 부족한테도 서명을 받았다고 해요. 조금 더 들어보실게요.

◇ 김지은>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한국 사법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책 사업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이렇게 실체적 하자를 인정해서 취소된 사례가 처음이에요. 여태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입지 타당성과 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단계인 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엄밀히 검토하지 않고 후속 조치인 환경 영향 평가 단계로 다 넘겨버렸어요. 그런데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입지를 바꿀 수 없거든요. 그동안 정부가 무분별하게 국책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시킨 생태 학살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건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서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홍종호> 예. 저는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사실은 이게 만시지탄입니다. 대한민국 정도의 경제 수준, 삶의 질을 희구하는 나라에서 말이죠. 미국에서는 70년대에 국책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요. 미국 연방 대법원이 완전히 공사가 다 끝난 댐을 절대 수몰시키지말고 그냥 놔둬야 한다고 50년 전에 판결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그때 하나의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어종 하나가 손실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주변 생태계와 엄청난 조류, 심지어는 충돌 위험까지 다 언급됐잖아요. 그래서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게 예타 면제됐을 때가 한 6년 전인데 제가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 기반 국책 사업들이 똑같은 이유로 대거 허용이 됐어요. 지역 균형 발전, 낙후 지역 성장을 명분으로 굉장히 많은 사업들을 동시에 허락을 내준 적이 있습니다. 한 6년 전에 그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거든요. 우리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거나 경제성 분석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사전에 걸러주기 위한 노력들인데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다 허락해주면 돈이 낭비되고 실제 지역에 도움이 안 돼요. 오히려 같은 돈으로 훨씬 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요. 지역민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늘 하는 게 똑같아요. 공항이나 도로 같은 것들이 있죠. 우리가 과거에 늘 해왔던 것들에 너무 뿌리박힌 생각인 거죠. 저는 이 판결을 계기로 지역의 지자체장들, 특히 광역 지자체장들께서 이제는 이런 식으로 재미 보는 시대는 끝났다는 걸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서윤> 이러려고 지방자치 시대를 연 게 아닌데요.

◆ 홍종호> 그러니까요. 이제는 좀 더 혁신적이고 정말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새로운 사업과 정책을 구상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하게 됩니다.


◇ 최서윤> 끝으로 이번 판결이 나오는 데 있어서 되게 중요하게 힘을 모은 단체가 있어요. 조종사 단체도 힘을 보탠 걸로 알고 있어요.

◆ 홍종호> 아주 중요하죠.

◇ 최서윤> 아주 중요합니다. 무안공항에서 본 것처럼 사실 유사시에 사고 당사자분들 아닙니까? 원고분들이 찾아가서 말씀을 드렸더니 이분들도 이미 문제에 공감하고 계셨기 때문에 흔쾌히 성명서를 써주셨다고 해요. 그래서 7월쯤에 재판분에 제출했다고 해요. 소개를 드리면 사단법인 한국 민간항공 조종사협회라고 있어요. 대한항공 선임 기장인 이충섭 협회장 명의로 제출한 새만금신공항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의견서가 있어서 읽어봤는데요. 지금 무안공항 사고 이후로 여러 가지 조류 퇴치 방법이 발표됐어요. 그런데 조종사들은 공항 당국에서 도입 중인 조류 퇴치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가장 확실한 조류 퇴치 방안은 조류 서식지 인근에는 아예 공항을 건설하지 않는 거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절박한 호소이기도 해요.

◆ 홍종호> 승객과 본인의 생명하고 직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 최서윤> 맞아요. 국토부의 최근 신공항 입지 선정 경향이 오히려 조류 서식지 인근을 예정지로 삼아서 항공 안전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는 발언이 들어갔더라고요. 이거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15개 공항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거 외에도 새만금, 가덕도 같은 유명한 곳도 있고요. 그 외에도 지역 신공항 건설 사업이 8개가 추진되고 있거든요. 당장 제주 제2공항도 있고 울릉도 공항은 거의 다 지어졌어요. 대구경북신공항, 백령도도 있는데 이런 사업의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시사해요. 아까 얘기하신 미국 사례처럼 이미 지어졌다고 해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공항을 운영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안공항 사고를 계기로 조종사분들도 정책을 짤 때 목소리를 내야 되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신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정책을 입안할 때 실무진분들과 중요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분들의 의견을 귀담아서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이제는 지역 균형 발전이 만능 키가 아니에요. 공항 안전시설도 미비하고 부지 자체도 위험하고요. 또 주변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되는 수준이 아니라 눈에 뻔한데도 지역 균형 발전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밀고 나갈 수 없다는 걸 이번에 법원이 확실히 지적했다고 보입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역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논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홍종호> 네.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아직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앞으로 항소 남아 있죠?

◇ 최서윤> 맞아요. 판결문이 도달하고 14일 내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요. 지금 녹화 시점인 9월 17일 오전 기준으로는 아직은 항소장 제출을 하지 않았는데요. 군산시 등의 지자체에서 항소해서 사업 추진을 관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항소하게 되면 법정 다툼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죠. 그러면 굉장히 지난한 싸움을 해야 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홍종호> 지역 균형 발전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인 정책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것을 하드웨어적인 국책 사업을 내세워서 만능으로 해결하기엔 그동안 실패한 사례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지역에서 더 혁신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소프트웨어적인 사업들을 개발해서 정책을 밀고 나가면 국민의 세금을 쓰더라도 그만큼 가치가 생기지 않겠나 싶어요. 이번 판결이 그런 방향 선회의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첫 번째 이슈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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