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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월만에 정상화된 여가부…20대가 바라는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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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혜화 대학가서 20대 남녀 10명 인터뷰
여가부 정상화에 공감·기대…양성 균형 정책 원해
임금격차·디지털성범죄·교제폭력 등 해결 과제 꼽아
젊은 세대 '젠더갈등'…"인터넷이 부추겨", "10대 교육 필요"
원민경 장관 "젠더갈등 인식 격차해소에 우선순위"
전문가들 "여성 대상 폭력 대응 등 컨트롤타워 다시 해야"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 길거리 모습. 김지은 기자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 길거리 모습. 김지은 기자
"반가운 마음이 커요. 그간 여성가족부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근처에서 만난 김예린(27·여성)씨는 새롭게 출범하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수장 공백이 19개월 만에 끝났다. 원민경 여가부 장관이 지난 10일 취임한 가운데 CBS노컷뉴스는 대학가에서 20대 남녀 각각 5명씩 총 10명을 만나 여가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임금격차·여성폭력 문제 해결 꼽아…남성 역차별도

기존 여가부가 정상화되고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되는 안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과 기대가 컸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김신아(25·여)씨는 "이전 후보자 갑질 의혹부터 시작이 좋진 않았지만, 확대 개편되면 더 보편적이고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와 교육을 전공하는 김서현(23·여)씨도 "장관 자리를 오래 공석으로 두고 폐지 이야기까지 나와서 걱정했는데, 이제 다시 정상화가 된 만큼 구조적 성차별이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남성들은 공통적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기대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박세연(22·남)씨는 "이름이 바뀐 만큼 양성에게 동등하게 노력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며 "혐오와 갈등을 줄이고 남성과 여성 간 협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정책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한모(28·남)씨는 "그간 여가부가 여성을 위한 정책만 펼친다고 생각해 안 좋은 인식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대하면 취업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부분 같이 남성 역차별 문제도 신경 쓰라고 이야기한 걸 봤다. 균형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비췄다.

여가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특히 임금차별 문제나 디지털성폭력이나 스토킹·교제폭력 등에 주된 피해자인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구조적 불평등과 성별 임금 격차 해소가 가장 먼저 꼽혔다. 김서현(23·여)씨는 "며칠 전에 성별 임금 격차가 올해 더 늘어났다는 뉴스를 봤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언급했던 (성별 임금) 공시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노동부와 협업해 위반 기업에게는 제재를 가하는 등 강제력이 동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예린(27·여)씨는 AI 디지털 성범죄를 언급하며 "유튜브만 봐도 AI 영상을 췹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 움츠러들기도 한다"며 "특히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정부 입법에 주력해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스토킹·교제폭력 대책에 대해서도 주문이 나왔다. 김서현(23·여)씨는 "단순히 친밀한 관계에서의 범죄가 아니라 엄연한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연(22·남)씨는 "교제폭력은 경찰의 대비나 행정적 제재가 더 면밀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더 강한 법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젠더갈등'…"인터넷 여론 1%"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대학생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김수정 기자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대학생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김수정 기자청년 세대, 특히 20대의 성평등 인식 격차가 벌어지면서 그로 인한 갈등도 큰 상황이다. 지난 4월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2025 젠더인식조사'를 보면 20대 남녀가 젠더갈등을 가장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매우 혹은 대체로 심각하다고 답한 18~29세 여성은 83%, 남성은 81%였다. 그외 30대 75%, 40대 60%, 50대 52%, 60대 44%, 70대 이상 30%를 차례로 기록했다. 나이가 어린 세대일수록 젠더 갈등을 심각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젠더갈등의 원인을 두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청년들은 주로 그 원인이 혐오와 갈라치기에 있다고 대답했다.

김신아(25·여)씨는 "젠더갈등은 디지털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매체 이해력) 없이 커뮤니티를 향유했던 남녀들이 갈라진 이데올로기 가지고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고모(26·남)씨는 "인터넷 여론은 1%가 다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젠더갈등도 현실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갈등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는 김지원(21·남)씨는 "정치인들이 표심 때문에 젠더갈등을 오히려 부각시켜서 활용하고 있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신아(25·여)씨는 "향후 정치 주체가 될 10대들을 위한 성평등 교육이나 유해한 커뮤니티에 대한 원천 차단 등 예방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업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는 강민주(25·여)씨도 "학생 때 가치관이 많이 형성되는데, 학교 안에 서 일반적인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인권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언급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박세연(22·남)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모든 소수자들이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신아(25·여성)씨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가족 관계가 아니라서 법적 권리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비혼 출산 등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면 저출생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그간 장관 공백 기간을 극복하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는 임모(20·남)씨는 "여가부가 남성과 여성을 잘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국가 행정기관이 그걸 해결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예린(27·여성)씨도 "여가부 확대가 선언적인 의미에 머무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들의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김지원(21·남)씨는 "갈등만 이슈화되는 것 같은데, 여가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홍보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가부, 성평등 중심 잡고…컨트롤타워 돼야"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윤창원 기자원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성평등가족부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원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달 18일 "성평등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 격차가 큰 것이 매우 심각하다"며 "다양한 격차 해소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보고자 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도 여가부의 정상화, 나아가 확대개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이번 개편안에서 성평등정책실을 만들면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기조를 잡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도 여가부 확대 개편을 환영한다며 "이번 개편안에 여성 고용 정책을 여가부로 가져오겠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ECD 성별 임금 격차에서 항상 1위였다"며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여성 고용 정책을 다뤄왔지만 효과가 미미했다고 평가했는데, 이제 여가부가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규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더 갈등에 대해서 김 대표는 "최근 선거 과정에서 젊은 층의 성별 인식 격차가 굉장히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여가부가 성평등이라는 중심을 잘 잡고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과 인식들을 같이 가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이 강조한 다양한 가족 형태 포용,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한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교수는 "지금은 1인 가구, 동거, 공동체, 한부모 등 가족형태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데 그것을 국가가 혹은 사회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등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는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이제 다시 그 역할을 되찾을 때"라며 "최근 이른바 '지인능욕방' 등 딥페이크 기술이 악용된 성범죄나 교제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여가부에서 정부 합동 TF팀을 꾸려서 바로바로 대응하고 장기적 정책 과제들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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