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표결방해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 전 대표는 의원들에게 계엄해제 표결 참여를 적극 독려한 장본인이다. 표결에 소극적이었던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인데,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한 전 대표 진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전 대표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신의 저서로 진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전 대표 저서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특신상태'(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인정돼야 한다. 저서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한 전 대표 입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인데, 다음 주 공판 전 증인신문에서 한 전 대표가 어떤 증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추경호와 대척점 섰던 한동훈…'표결방해 의혹' 밝힐 증인되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특검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에서 그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담긴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저서에서 지난해 12월 3일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전후 당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저서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국회 밖 국민의힘 당사 3층에서 추 전 대표를 만나 '계엄해제를 위해 의원들과 국회로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추 전 대표는 '중진 의원들 의견을 들어보자'라며 당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특히 저서에는 의원들이 소집 장소를 두고 혼란을 겪는 상황이 담겨 있다.
한 전 대표는 추 전 대표뿐 아니라 여러 의원들에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연락했지만, 추 전 대표는 당사 소집을 공지해 자신의 메시지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메시지 혼선 때문에 본회의장으로 올 의사가 있는 의원들이 더 있었음에도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저서에 담긴 '계엄의 밤'…추경호 3가지 혐의 밝힐 단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당일 원내대응상황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러한 저서 내용은 특검이 수사 중인 추 전 대표의 3가지 혐의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특검은 추 전 대표가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소집 권한을 남용해 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에 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권 행사를 방해(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내란 중요임무종사)을 받고 있다.
또 특검은 추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당사 소집을 공지함으로써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한 것은 아닌지 수사 중이다.
특검이 이 같은 추 전 대표의 3가지 혐의를 입증하고,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의 표결방해 공모 여부를 밝히기 위해선 한 전 대표의 진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저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책과 다큐멘터리 증언 등으로 말했다"며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저서 증거로 쓰려면 '특신상태' 입증해야…"한동훈 진술 필요"
한 전 대표의 저서가 구체적이긴 하지만 추 전 대표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서류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그것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즉 한 전 대표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저서에 기록한 게 맞는지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추 전 대표의 당사 소집 공지로 혼선을 느낀 의원들이 누구인지 특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선 한 전 대표가 작성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 정황을 추가로 물어야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한 전 대표가 '그런 뜻으로 작성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수사 단계에서 미리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