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내란특검보. 연합뉴스플리바게닝(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조항이 포함된 특검법 개정안이 공포를 앞두면서, 내란특검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의 진술이 절실한 국회 표결 방해 의혹과 외환 의혹에서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내란특검법에는 제25조 '형벌 등의 감면' 조항이 신설됐다. 해당 조항은 내란특검법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위법 사항이 있는 사람이 △자수한 경우 △타인을 고발하거나 범행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주요 진술·증언이나 자료제출 등 범인 검거를 위한 제보와 관련해 자신의 범죄로 처벌되는 경우 등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행 형사법 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수사 협조자에게 형을 감면·면제하는 협상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과 자본시장법 등 일부 법률에서만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플리바게닝이 도입된 상황이다.
내란특검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특검법 플리바게닝 규정 신설과 관련해 "자수자와 수사 조력자에 대한 필요적(필수적) 감면 제도가 도입된 것은 내란의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박 특검보는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둔 국가보안법의 경우 국가존립에 관한 범죄 등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으로 보호되는 법익이나 국가와 사회 질서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란 진상 규명도 국가와 헌법의 핵심 가치를 보호하고, 미래 세대의 민주주의를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란특검은 출범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한 데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까지 기소하며 속도를 올렸지만, 국회 표결 방해 의혹과 외환 혐의에 대해선 신병확보나 기소 절차를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같은 공간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추 전 원내대표와 대척점에 서서 본회의장으로 향했던 한동훈 전 당대표 등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조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특검은 한 전 대표와 서범수·김태호·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기소 전 증인신문이라는 절차까지 동원해 진술을 얻으려 하는 상황이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들이 범죄 연루 부담 등을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에 차질이 클 수 있다.
주요 참고인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이자 내란특검은 "내란 및 외환 관련 범죄의 성격상 내부자의 진술이 진상 규명에 필수적"이라며 "국가보안법상 자수 시 형의 필요적 감면이나 공소 보류 제도, 보호법상 범죄 신고자 등에 대한 형 감면, 자본시장법상 형벌 감면 제도 등과 같은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새 법안이 공포될 경우 국회의원 외에도 이들과의 역학관계상 진술을 어려워했던 당직자나 국회 관계자들이 특검에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게 될지 주목된다.
또 군사기밀 누설 등을 우려하며 조사 참여에 보수적이었던 군 관계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도발을 꾀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와 관련해 평양 무인기 침투 지시 의혹을 시작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추가적인 신병확보는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후 뻗어나가고 있는 군정보사령부의 몽골 공작 의혹이나 아파치 헬기의 NLL 근접 비행 의혹 수사에서도 내부자 진술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노상원 수첩'의 사실관계 규명에서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본인의 진술이 중요하지만,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까진 협조적이지 않았던 상황이다.
한편 비상계엄 전후 용산 대통령실 내부 관계자들의 조력 여부를 규명하는 것에서도 플리바게닝 규정 신설이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내란특검법상 계엄 직전·후만이 아니라 이후 범인도주와 은닉, 범죄은폐, 증거인멸(교사) 또는 수사·재판 방해와 지연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계엄해제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증거인멸이나 체포·수사 방해, 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 범죄에 가담한 인물들이 입을 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