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 연합뉴스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김건희씨에게 건네기 위한 목적으로 고가의 명품 등을 구매할 때 현금이나 배우자의 개인카드를 사용한 이유는 배임 등을 우려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같은 윤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총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공모 등은 물론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캐물을 전망이다. 통일교 측이 윤씨의 배우자인 이모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이 오히려 한 총재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윤씨는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총 8천여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는데, 특검은 윤씨의 공소장에 한 총재와 윤씨의 관계를 '공모' 관계로 적시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윤씨는 특검 조사에서 자신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김건희씨에 건넨) 명품을 법인카드로 구입하면 업무상 배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한 총재와 통일교 측 외부감사인의 지적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특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각각 802만원·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등을 전달하고자 해당 물건들을 구매할 때 현금이나 배우자(통일교 전 재정 담당 국장)의 개인카드를 사용한 뒤 통일교로부터 정산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이를 횡령으로 봤는데, 김씨에 대한 선물 기부 행위 일체를 한 총재의 지시와 허락 속에서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윤씨가 구체적인 선물 결제 방식에 대해서도 한 총재의 개입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앞서 통일교 측은 지난 1일 윤씨 배우자 이씨를 횡령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가 2021년에서 2023년 교단 자금 약 20억원을 가로챈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여기에 김건희씨 선물 비용을 보전받은 내용도 고소장에 담았다.
그러나 특검은 윤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총재에도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특검은 이미 이달 1일 윤씨를 기소하면서 횡령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에 한 총재와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윤씨 측에 대한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들과 '공모 관계'인 한 총재 역시 같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윤씨의 공소사실 등에서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교부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도 한 총재의 개입 및 공모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한 총재에게 당초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한 총재 측은 전날 또다시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과 11일 소환에 이어 세 번째 불응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세 번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특검은 전날 한 총재의 불출석 사유서를 받은 직후 공지를 통해 "(한 총재 측이) 매번 직전에 일방적인 불출석 의사를 밝혀 옴에 따라, 수사팀은 3회 소환 불응 처리하고 향후 대책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교는 특검의 '대책 검토' 공지 이후 입장문을 내고 오는 17일 혹은 18일 자진 출석 의사를 전했다. 전극도자절제술 시술을 받은 뒤 회복중이며 부정맥이 재발한 상황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특검이 당장 체포영장을 청구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통일교는 지난 10일부터 경기 가평 통일교 본부에 국내외 통일교 간부와 임직원을 1천명 넘게 긴급 소집해 특별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 총재의 안위를 기원하는 이번 집회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