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연방대법원이 로스앤젤레스(LA)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인종·언어·직업적 특성만을 근거로 이민자를 무작위 단속하는 것을 허용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이날 6대 3으로 ICE가 일명 '로빙(roving)'으로 불리는 이민자 불시 단속을 금지한 연방지방법원의 법원 명령을 파기했다.
앞서 지방법원은 ICE 단속팀이 거리나 작업 현장을 돌며 스페인어를 쓰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경우 등을 이유로 이민자 심문과 구금을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출신·언어·직업 등 배경만으로 불법 체류 여부를 추정하는 방식은 인종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러한 제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며, 긴급 중지 명령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대법원은 판결 취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별도 의견에서 "노동 현장이나 건설직 여부, 영어 구사 능력 부족 등 합리적 요소가 겹칠 경우 신원을 잠시 확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스페인어를 쓰거나 저임금 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사람을 체포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며 "헌법상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 판례는 인종과 언어만으로 체포하는 것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며 "특정 직종을 근거에 추가한다고 해서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히스패닉계 미국 시민에게도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로브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도 이번 판결을 두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는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인종 고려를 배제한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을 환영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캘리포니아 주민의 안전과 법치주의의 승리"라며 "앞으로도 불법 체류자 색출과 추방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