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제공어느 날 문득 모임의 대표, 회사의 팀장, 혹은 조직의 리더 자리에 서게 된 이들이 있다. 준비도, 훈련도 없지만 맡은 자리를 잘 해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신간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를 펴냈다.
책은 "타고난 리더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국립생태원 원장,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아왔던 저자 역시 체계적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대신 그는 개미, 침팬지, 귀뚜라미 등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들을 연구하며 '자연의 리더십'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여왕개미가 일개미를 통제하기보다 믿고 맡기는 방식, 침팬지 사회의 권력 분산, 귀뚜라미가 짝짓기 과정에서 구사하는 다양한 소통 전략 등은 저자가 강조하는 '품는 리더십'의 생생한 사례다. 그는 "완벽한 리더는 독단적이지 않고, 신뢰와 위임을 통해 집단지성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체득한 구체적인 조언도 담겼다. "토론 말고 숙론", "이를 악물고 들어라" 같은 문장들은 작은 조직을 이끌며 부딪히는 갈등 상황을 풀어가는 지혜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그는 리더가 구성원 위에 군림(君臨)하지 말고 함께 울고 웃는 군림(群臨)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단언한다.
최 교수는 또한 최근 탄핵 정국과 대통령 리더십 실패를 언급하며 "리더(leader)는 반드시 독서하는 리더(reader)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공적 리더십의 빈자리를 문화와 숙론의 힘으로 메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최재천 지음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