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김영사 제공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지낸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첫 산문집 '호의에 대하여'가 출간 3일 만에 교보문고·YES24·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출판사 김영사에 따르면 출간 열흘 만인 3일 기준 누적 판매 5만 부를 돌파했고, 출판사는 추가 5만 부 긴급 제작에 들어갔다.
책은 문 전 재판관이 1998년부터 기록해온 글 1500여 편 가운데 120편을 추려 묶은 것으로, 법정에서의 고민과 일상의 성찰, 독서 기록과 사회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호의를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분쟁을 판결보다 "협상과 조정으로 풀 수 있다면 모두가 이기는 길"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형사 재판에서 사형을 한 번도 선고하지 않았던 원칙, 민사 사건에서 조정 비율을 높이려 했던 경험, 사회적 약자에게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권하고 그 결과를 양형에 반영했던 사례들이 책에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플랫폼에는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줬다",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10부 더 샀다" 등 독자 반응이 이어졌다. YES24 9월 1주차 집계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고, 구매층은 4050 중장년 독자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12·3 불법 계엄선포에 따른 내란(친위쿠데타) 혐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 선고한 문 전 재판관은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주로 부산에서 법관 생활을 했다. 2019년 4월 19일부터 2025년 4월 18일까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했다. 김장하 선생의 제자로, 검소함이 몸에 밴 그의 개인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 시즌3(8월 27일)에서 탄핵 심판 당시의 고민과 "판사는 타인의 인생에 관여하는 직업이라 두렵다"는 소회를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책에서도 "판사는 경험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에 문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문학은 보편적 진실을, 재판은 구체적 진실을 추구한다"(p.305)고 적었다.
김영사 제공책에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정한 잣대, 전관예우 논란을 줄이기 위한 양형 기준 확대 제안, 가난이 개인에게 미치는 충격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 등이 담겼다. 동시에 산과 나무, 야구와 유머를 사랑하는 사적인 면모도 드러난다.
"낮은 산을 오르다 마주친 소나무의 침묵에서 말을 배운다… 좋은 판사가 될 자신은 없지만 나쁜 판사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p.175)는 문장은 그의 삶의 태도를 요약한다.
문형배 지음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