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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생수 받으러 왔어요" 극한 가뭄 강릉, 아파트·대형숙박 밸브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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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5일부터 본격적으로 전 시민 대상으로 생수 배부
스피트스케이팅경기장 등 2곳 '드라이브 스루'
권역별로 주민센터,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서 배부
주민들 "생수 받으니 물 한방울이라도 더 아껴야"
강릉시, 6일부터 대수용가 123곳 제한급수 시행
오봉저수지 저수율 10% 미만 시 시간·격일제 급수
강릉시장 "모든 수단과 역량 총동원해 극복할 것"

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늘어선 모습. 전영래 기자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늘어선 모습. 전영래 기자
"생수 받으러 왔어요. 더운 날씨에 고생 많으십니다"

5일 오후 1시쯤 찾아간 강릉시 포남동에 있는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 이 곳을 들어서자 입구부터 차량 10여 대가 생수를 받기 위해 기다리며 줄지어 있었다.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전날부터 생수 배부를 시작한 가운데 이 곳에서는 이날부터 '드라이브 스루'을 통해 주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1인 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하루 2ℓ씩 6일을 사용할 수 있는 12ℓ다. 접수처에서 본인의 성명과 주소, 가구원 수를 말한 뒤 서명까지 하면 배부처로 이동한다. 배부처로 이동하면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이 접수처에서 나눠 준 스티커를 확인하고 뒷자석과 트렁크 등에 생수를 실어준다.

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접수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접수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시에서는 해당 거주지마다 배부처를 따로 마련했지만, 주민 편의를 위해 이 곳에서는 접수 사항을 확인한 뒤 해당 거주지가 아니더라도 생수를 배부하고 있었다.

생수를 차량에 실은 김모(50대)씨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수를 나눠주기 위해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난생 처음으로 생수를 지급받으니 정말 물 한방울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시에서 생수까지 나눠주는 것을 보니 더욱 심각한 단계까지 왔구나 하는 마음에 더 불안해지는 것 같다"며 "재난사태라는 것이 이제는 정말 실감이 난다. 하루빨리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비가 내려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에 유원들이 생수를 싣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에 유원들이 생수를 싣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교동에 있는 한 아파트 주차장도 평소와는 달리 북새통을 이뤘다. 생수를 담아갈 수레와 가방 등을 챙긴 주민들은 줄을 서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민들은 "요즘은 하루하루를 물 걱정으로 보낸다. 전날 비가 내리면서 내심 많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또 오다 말았다"며 "궁여지책으로 생수는 받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제발 가뭄을 해소할 비다운 비가 하루빨리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릉시에 따르면 주문진읍과 왕산면, 연곡면을 제외한 강릉시민 모두에게 배부되는 생수는 모두 3600여 톤에 달한다. 권역별로 해당 주민센터와 경로당, 마을회관, 공공체육시설, 아파트 주차장 등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배부처를 마련했다.

시민들은 권역별 배부 장소를 확인한 뒤, 신분증을 지참해 직접 방문하면 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강릉시청 건설과 차고지 등 2곳에서는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생수를 수령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활용한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시민이나 재해 취약자는 가정에서 생수를 직접 전달받을 수 있다.

생수를 수레에 싣고 있는 주민. 전영래 기자생수를 수레에 싣고 있는 주민. 전영래 기자
한편 강릉시는 이날 오전 시청에서 가뭄 대응 비상대책 3차 기자회견을 열고 보다 강화된 조치를 발표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총 123개소의 대수용가를(저수조 100톤 이상) 대상으로 6일 오전 9시부터 제한급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강릉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113개소의 총 세대수는 4만 5천여 세대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세대수 9만 1750세대 의 절반에 달한다. 시는 그동안 수도계량기 75%를 잠금하는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수용가에서 기대했던 만큼 절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가뭄대응 비상대책 3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홍규 강릉시장. 전영래 기자5일 오전 가뭄대응 비상대책 3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홍규 강릉시장. 전영래 기자
이에 따라 시는 홍제정수장에서 각 대수용가로 공급되는 저수조의 밸브를 잠글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수용가들이 자체적인 절수 계획을 세워 절감 효과를 유도한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대신 저수조에 있던 물의 양이 줄어들 경우 급수차량을 활용해 연곡정수장 등 다른 곳에서 정수를 운반급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경우 검토해 보겠다던 시간제·격일제 제한급수의 경우 10% 미만 시 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급수가 제한되는 시간은 밤 10시~오전 5시며 격일제 급수는 향후 저수율에 추이에 따라 적용하기로 했다.

김 시장은 "시민 여러분께서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주시는 동안, 시는 모든 수단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릉시 공직자 모두는 가뭄이 해소되는 그날까지 시민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면서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겠다"고 말했다.

오봉저수지에 원수를 채우고 있는 군장병들. 공군제18전투비행단 제공오봉저수지에 원수를 채우고 있는 군장병들. 공군제18전투비행단 제공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2%로 전날 13.5% 보다 0.3%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76.6mm로 평년 대비 41.8% 불과한 상황이다.

전날 삼척 99mm를 비롯해 고성 거진 38mm, 속초 19.1mm 등 영동지역에 비가 내렸지만, 강릉지역의 경우 해안가인 경포만 7.5mm 등을 기록했을 뿐 왕산면 2.0mm 등 대부분 지역이 2mm 내외에 그쳤다.

특히 가뭄을 해갈하기 위해서는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지역인 왕산과 도마리 일대에 많은 비가 필요하지만, 이번에도 찔끔 비가 내리면서 가뭄 해갈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는 6~7일 강원 내륙과 산지에지 다소 강한 비 소식이 있지만,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은 또 빗겨갈 전망이다.

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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