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휴직 후 복직한 시각장애인의 근무시간을 심야시간대로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이를 조정해 달라는 노동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업주의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회재활교사 A씨가 장애인 공동주거시설을 운영하는 경북 포항의 한 사회복지법인 B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 7월 확정했다.
시각장애인으로 홀로 딸을 양육해 온 A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B재단 시설에서 사회재활교사로 근무해 왔다. 오전 11시부터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오후 8시까지 근무하고, 시간 외 근무로 오전 9~11시 요일을 정해 근무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육아휴직을 했는데, B재단은 휴직기간 만료를 앞두고 A씨에게 '오후 4시부터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 시간외 근무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육아휴직 전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받아 왔는데, B재단은 복직을 앞두고 A씨의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출근한 이후에 근로지원인 채용에 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피고에게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자녀 양육과 퇴근 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우므로 근무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휴직기간 만료일까지도 근무시간에 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휴직기간 이전 근무시간과 같은 시간에 출근했지만 시설장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했다. 재단은 A씨에게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을 했다'는 경고장을 18차례 보낸 뒤 면직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 전의 근무시간과 근무조건을 변경해 자녀를 양육하면서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게 했으므로 면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게 핵심이었다.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도 함께 요구했다.
1심은 "업무지시에서 원고가 오후 9시~새벽 1시 처리할 업무로 제시된 내용은 시설 정리, 일지나 계획서 작성 등으로 입소자 돌봄이나 식사 준비 등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해당 시간에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히려 이 사건 업무지시는 원고가 이 시설 시설장을 입소 장애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고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금액 일부 조정)과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업무지시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원고가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하는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