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고(故) 채수근 상병의 2년 전 사고 당일, 임성근 전 1사단장과 채상병의 직속상관이던 이용민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7대대장 사이의 통화가 추가로 공개됐다. 통화엔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지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는 추가 정황들이 나온다.
31일 CBS노컷뉴스는 이 대대장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로부터 2023년 7월 19일 사고 당일 오전 9시 37분경 이루어진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 해당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은 이 대대장이 내린 '지침'을 묻고 채상병의 이름, 수영 가능 여부, 장화 착용 여부, 신장 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해당 통화는 채상병 실종 이후 두 사람 사이 5번째로 이뤄진 통화라고 한다. 첫 통화는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시각으로부터 약 9분이 지난 오전 9시 13분쯤에 있었다.
*현 시점 기준 이용민 전 대대장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임 전 사단장은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네가 지침을 줬느냐"고 묻는다. 이에 이 전 대대장은 "허리띠 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라고 답한다. 임 전 사단장은 이어 "어떻게 상황을 몇 명, 네 명이었어?"라고 물으며 구체적 경위 파악에 나선다. 이 전 대대장은 "줄줄이 서서 삽질을 하다가, 삽질하던 중에 그 친구가 물에 빨려 들어가면서 나머지 친구들도 같이 들어가는…"이라고 답한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6월 21일 국회 '채상병 특검'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채상병이 물속에서 작전했다는 것을 알았던 건 실종 사고 이후 오후 7시쯤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이 전 대대장 측은 임 전 사단장이 같은 날 오전 10시 48분 전화를 걸어와 '사고 경위'를 묻는 녹취를 공개 했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는 이보다 더 이른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임 전 사단장이 사고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현 시점 기준 이 전 대대장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의 이름을 물으며 '채수근'이란 이름을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이 전 대대장인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린 직후 '허우적댔다'고 말하자, 임 전 사단장은 "물에 속도가 있어서 굉장히 빨리 지금 저 떠내려가거나 걔가 허우적댔다면 결국은 수영을 못 했다는 거 아니냐"며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한다. 그는 "180(cm) 정도 돼?"라고 물으며 채상병의 신장을 묻기도 한다.
채상병이 '장화'를 신었는지도 확인한다. 채상병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작년 작성한 조사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가슴 장화를 신어라' 등 구체적 수색 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채상병이 장화를 신고 수중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는 급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도 담겼다. 임 전 사단장이 "채수근이 먼저 빨려 내려갔고 그럼 옆에서 뭐 했어?"라고 묻자, 이 전 대대장은 "옆에 있던 다른 2명도 같은 현상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이 삽으로 해서 그 두 명은 구했고, 나머지 한 명인 채수근만 저 바깥, 강 안쪽으로 이렇게"라고 설명했다.
이는 CBS노컷뉴스가 지난 6월 최초로 입수한 사고 상황이 담긴 CCTV영상에 드러난 정황과도 부합한다. 당시 영상에는 강 하류를 향해 수색 작업이 이어지면서 해병대원들 간 거리가 점차 벌어졌고, 이내 해병대원들이 급류에 휩쓸리는 모습이 담겼다.
(관련기사: [단독]채상병 사고 영상 최초 공개…끝까지 고군분투한 해병들) 다만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난 시점에 있었던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채상병의 구조와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수영 가능 여부, 키 등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상관들의 구조 책임 지시도 함께 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통화 내용의 취지 등을 묻는 CBS노컷뉴스 질문에 "해당 통화는 채 상병 사고 직후 긴급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수중 수색을 사전에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당시에는 채해병의 생존 가능성 판단과 탐색·구조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며 "2년이 지난 지금 개별 발언의 맥락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통화의 본질은 분명히 사후 상황 확인과 구조 작전을 위한 정보 파악이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작전통제권도 없었기 때문에 채상병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상병 사망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지만, 이를 형사 처벌과 결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실종자 수색의 일반적인 수색방법으로 꼼꼼하게 수색하라는 취지에서 바둑판식 수색을 언급하고 수색과 무관하게 가슴장화 확보를 언급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에 모두 세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지난 28일 이 전 대대장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채상병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이 전 대대장이 당시 현장 대대장 중 선임이던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 지시에 따라 대원들에게 허리 높이까지 들어가 수색 작전을 벌이게 하다가 급류에 휩쓸리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대대장은 현장 지휘관으로서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는 직접적인 책임은 당시 부대 전체를 총지휘하던 상관 임 전 사단장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특검 조사에서도 수중 수색이 무리한 지시임을 상부에 보고했으며, 지휘 체계상 최종적으로 이를 무력화한 임 전 사단장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채상병 과실치사 수사에 속도를 내며 수색 작전에 참여했던 현장 지휘관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과 최진규 전 대대장을 두 차례씩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