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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투성이 H건설 주상복합 아파트, 광산구는 왜 승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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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확인은 생략, '서류 검토'에 의존
입주민 안전보다 건설사 편의만 보장
하자 검증 부실, 책임 회피 구조 고착

광주 광산구의 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김한영 기자광주 광산구의 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김한영 기자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의 프리미엄 주상복합 아파트가 다수의 하자를 안은 채 사용승인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주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승인 절차가 자치구의 현장 점검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문제는 사용승인 주체인 자치구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건축사 조서와 시공사 제출 서류만으로 절차가 완료돼 법적으로는 흠결이 없다는 점이다.

광주 광산구는 감리자가 작성한 감리완료보고서와 외부 건축사가 작성한 현장검사 조서에서 '적합' 판정이 나와 건축물 사용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자 여부 판정이나 보수 확인은 사용승인 절차 범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인 구조 자체가 근본적인 허점이라고 지적한다.
 
광주경실련 정책·건축부동산위원장 서재형 건축사는 "대행 건축사가 현장에 나가더라도 실제로는 시공사가 미리 작성해둔 서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공사에 '중대한 하자가 있느냐'고 묻고, '없다'는 답을 받으면 그대로 넘어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대행 건축사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하자 정보를 제대로 인지했는지가 관건인데 현실적으로는 시공사 보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도 "주택법 제53조의2를 보면 중대한 하자는 사용승인 전에 반드시 보수해야 한다"며 "지하주차장 누수처럼 구조적 결함이 드러난 경우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 상부 누수가 확인됐지만 승인 과정에서는 걸러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승인 방식이 '건축사의 역량 차이'와 맞물려 하자 파악에 차이가 있는 만큼 결국 최종 책임은 지자체가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장 점검 결과는 건축사 개인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승인이라는 행정행위를 내린 주체는 자치구이므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빈틈은 시공사의 책임 회피로 이어졌다. 실제로 시공사 H건설은 시행사와 체결한 '공사이행합의서' 다수 항목을 이행하지 않은 채 입주를 강행했지만, 승인 단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프리미엄 주상복합 아파트 부실 시공 논란과 관련해 공개된 '공사이행합의서'. 시공사 H건설이 하자 보수와 책임 부담을 약속한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프리미엄 주상복합 아파트 부실 시공 논란과 관련해 공개된 '공사이행합의서'. 시공사 H건설이 하자 보수와 책임 부담을 약속한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
앞서 광주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합의서를 보면 H건설은 입주 전까지 부적합 사항을 보수한 뒤 시행사의 확인을 거쳐야 입주를 개시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자 분쟁, 계약 해지, 미분양 등의 책임을 시공사가 부담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합의서는 준공 승인 직전인 지난 3월 12일 작성됐고, 입주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합의서에는 세대 내부 하자 12건과 단지 전체 시설 하자 26건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세대 내부 항목에는 주방 벽체 돌출, 욕실·가구 색상 불일치, 테라스 난간 석재 미시공, 슬라이딩도어 불량 등이 있었고, 단지 항목에는 주차장 배수시설 미비, 커뮤니티·놀이시설 안전 문제, 근린생활시설 파손 등이 포함됐다
 
이는 시공사가 하자를 충분히 알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채 승인 과정을 통과했음을 보여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행정이 '적합' 도장을 찍어주면 시공사는 하자를 하자담보책임 기간으로 넘기며 빠져나간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 몫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H건설은 "공사이행합의서에 명시된 항목 가운데 설계 관련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치를 마쳤다"며 "공사비 지급 지연 등 어려움 속에서도 입주민 편의를 위해 하자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광산구 역시 공동주택관리법상 사후 분쟁 해결 절차(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안내하며 승인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준공승인이 주민 안전을 지켜야 할 최종 관문인 만큼 현행처럼 서류에 의존하는 절차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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