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김지현 인턴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을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인터뷰에 응한 20명의 의견 중에 새로운 협상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
지난 21일 일본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정책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고려하는 동시에, 국민과 피해자·유족의 입장도 진지하게 살펴야 하는 두 가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해결할 일은 해결할 문제로, 또 진취적으로 해나가야 할 문제는 그에 맞게 풀어가야 한다"며 "소위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한화 약 100억 원)을 출연하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하는 합의를 발표했고,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강제동원 피해 소송과 관련해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자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빠졌다는 점에서, 후자는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이 배상까지 한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위안부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CBS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22일과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마포구 홍대입구역, 양천구 오목교역 일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과거 얽매 미래 놓쳐선 안돼 "…日, 진심 어린 사과는 해야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김지현 인턴기자기존 합의가 탐탁치는 않지만 인정해야 한다는 시민들은 그 이유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꼽았다.
홍대입구역 인근 벤치에서 만난 한 노인은 "해결은 합의한 대로 해야지, 정부 간의 약속은 반대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 간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쁜 걸음으로 회사로 돌아가던 직장인 이모(25) 씨도 "정서적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게 사실이지만, 과거 정부의 합의를 이제 와서 뒤집는 건 이상하다"며 "과거사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과거에만 얽매여 현재를 놓쳐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대화를 통해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조모(24) 씨는 "재협상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일본의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가 협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과는 국가 차원의 형식적 만족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의 시선도 있었다. 지하철역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대학생은 "이전 정부의 실수를 현 정부가 바로잡는 건 쉽지 않다"며 "현 정부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안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소녀상 사진. 김미현 인턴기자"피해자 원치 않는 합의가 무슨 소용"···새로운 협상 해야
반면 "종결되지 않은 과거사를 올바르게 마무리 짓는 것이 우선"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삼척에서 여행을 와 소녀상을 보러 왔다는 권모(20) 씨는 "재협상을 통해 피해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일본의 배상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 최우선"이라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과 관련된 모든 역사 문제에서 잘못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김지현 인턴기자
대학생 이채은(23) 씨는 "국민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게 무슨 합의냐"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전의 잘못과 억울함을 바로잡을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모(23) 씨 는 "역사적으로 종결되지 않은 문제를 바로잡는 게 당장의 국익보다 더 중요하다"며 "정부는 과거 합의보다 국민 정서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인근을 지나던 대학생 설모(21) 씨는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도, 충분한 배상도 없는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국익을 이유로 과거 문제를 덮어온 정부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협상을 통해 지금이라도 잃었던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지환(22) 씨는 "피해자 의견은 무시한 채 일본과의 관계만 신경 쓰는 정부 태도에 화가 난다"면서도 "먼저 실용외교로 국가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후 피해자와 함께 재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지나던 김새현(25) 씨는 "10년 전인 2015년 합의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맞지 않다. 당시 합의는 있었지만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피해자들을 위해 현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협상으로 진정성 있는 마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임모(29) 씨 역시 "실질적인 사과를 먼저 받아내고, 그 이후에 새로운 협상으로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국익에만 집중하고 피해자에 대한 존중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