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한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황진환·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대표가 사실상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파) 후보로 선출될 수순에 접어들면서 "내란 세력과는 악수도 않겠다"고 천명했던 집권여당 대표의 초강경 대야(對野) 기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반탄파 대표가 나와도 대화할 것"이라며 직접 야당에 손짓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여야 지도부 간 관계도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野, 반탄파 득세…"악수 않겠다"던 정청래, 고수할까
국민의힘은 26일 김문수·장동혁 후보 간의 결선 결과를 공개하고 당 대표 선출 절차를 매듭 짓는다. 두 후보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반탄파'로, 누가 되더라도 강성 결집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공간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줄곧 "계엄·내란에 대한 사과·반성이 없으면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못박아온 만큼, 먼저 손을 내밀기는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 대표는 그동안 본인이 내뱉은 말을 다소 강박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지켜 왔다. 대표 취임 후 의례적으로 지키는 다른 정당 대표에 대한 예방(禮訪) 일정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만 건너뛰었다.
특히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앉고서도 의례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당과 대화 안 한다면 윤석열과 다른 게 뭔가"
민주당 일각에선 정 대표의 이같은 강경 일변도의 '대야'(對野) 기조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먼저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한 여당 의원은 "야당과 대화하지 않으면 윤석열과 다른 게 뭔가. 윤석열도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세력으로만 몰아붙이면서 그 결과가 계엄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일부 국민들을 대표하는 게 야당 의원들"이라며 "여당 대표라면 그쪽에서 대화하지 않겠다고 해도 먼저 손을 내밀고 하는 게 맞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여당 내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국회가 민생, 개혁 입법에 나서는 상황에서 여당 홀로 진행하기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론을 듣지 않고 신중히 진행하지 않으면 '결과 책임'을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에는 조국 전 대표 사면만 영향을 준 게 아니다"라며 정 대표의 강성 기조를 에둘러 지적했다.
李 "반탄파여도 대화"…정청래, 출구 전략 마련될까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박종민 기자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반탄파 대표여도 대화할 것"이라며 비교적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정 대표의 '강경 일변도' 기조에도 출구 전략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5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의 '반탄파라도 야당 대표와 대화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뽑힌다 하더라도 뽑은 사람들도 국민"이라며 "당연히 대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본인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야를 아울러야 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 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라고 강조했다. 일단은 본인의 '대야' 강성 모드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야당과)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실제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제1야당이 합헌 정당으로서 즉 내란 위헌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동조하는 듯한 그런 태도를 단절해줌으로써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달라는 정중한 요청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하루빨리 그런 정당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진심으로 국민의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악수하며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