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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너라고? 아냐. 너 8년 전엔 이런 패스 못했어" 다시 뭉치는 김준일과 라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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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국가스공사 김준일. 노컷뉴스 대구 한국가스공사 김준일. 노컷뉴스 
라건아는 승부욕이 강하다. 득점을 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고 이를 위해 많이 움직이고 몸싸움도 격렬하게 펼친다. 그러다 보니 순간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 패스가 들어오지 않으면 풀 죽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12년부터 KBL 무대에서 뛰었던 라건아는 2023-2024시즌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잠시 한국을 떠났다. 지난 시즌 소속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돌아왔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한국가스공사에는 라건아에게 반가운 얼굴이 있다. 김준일이다.

라건아와 김준일은 2015-2016시즌부터 3시즌 동안 서울 삼성에서 호흡을 맞췄다. 라건아는 센터, 김준일은 파워포워드로서 삼성의 골밑 경쟁력을 책임졌다. 2017년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도 했다.

김준일은 라건아가 한국가스공사에 합류하자마자 따로 만났다.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김준일은 "여기에 김태술 선수나 주희정 선수는 없다, 패스를 너무 잘하는 두 선수들과 농구를 할 때도 패스를 안 주면 삐쳤는데 이제 그러면 안 된다, 이제 우리 둘 다 나이가 들었다, 서운한 게 생기면 나한테 다 얘기해라, 내가 다 전해주겠다, 라건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서로 웃으면서 그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며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투였다. 김준일은 "KBL에 오고 싶어했다. 팀에 합류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훈련하는 자세가 너무 좋다. 자기는 KBL에서 오래 기억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있더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17-2018시즌까지 삼성에서 뛰었다.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시즌으로 따지면 8시즌 만에 다시 새로운 팀에서 호흡을 맞춘다. 그래도 비슷한 점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니폼의 색깔은 파란색 계열이다. 달라진 점은 많다. 이제는 노장에 속하는 연차가 됐다. 또 그 시절보다 기량이 더 성숙해졌고 우승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다.

김준일은 "라건아 선수가 그때 못했던 거(우승)를 여기서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벨란겔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며 "지난 시즌 앤드류 니콜슨과 하이-앤드-로우 공격을 하는 장면을 라건아에게 보여줬다. 그랬더니 라건아가 지금 니콜슨에게 패스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이건 너 아니라고, 너 8년 전에는 이런 거 못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서 이제는 네가 달라는대로 다 주겠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과 인터뷰는 12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팀 공식 훈련이 끝난 뒤 진행됐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코트사이드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훈련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라건아와 마티앙은 코트에 남아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라건아는 팀 훈련 외에 슈팅 연습을 더 하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해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미드레인지 점퍼와 3점슛을 던졌다.

김준일은 "강혁 감독님이 요즘 너무 즐거워 하신다. 뭐만 하면 아프다는 선수도 있는데 라건아는 스스로 찾아서 운동을 한다. 만콕 마티앙과 라건아 선수 둘 다 훈련 태도와 자세가 너무 좋아서 감독님이 그 선수들을 보면서 즐거워 하신다"고 덧붙였다.

김준일은 마티앙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마티앙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했다. 첫 인상은 강렬했다. 수원 KT와 6강 1차전에서 32분 동안 14점 21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도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9점 14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활약했다. 이후 부상 때문에 출전 시간이 급감했고 팀은 탈락했다.

마티앙은 발목을 크게 다쳤음에도 경기에 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구단과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한국가스공사는 고민 없이 재계약을 결정했다.

김준일은 "플레이오프 때 너무 잘해주니까 우리 선수들도 당황했고 마티앙 본인도 당황했고 감독님도 당황하셨다. 서로 당황하다가 플레이오프가 아쉽게 끝났다"며 웃었다. 마티앙이 앞으로 KBL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과 맞서야 하고 상대 팀의 분석도 이뤄질 테지만 라건아와 함께 힘을 모아 잘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준일은 지난 시즌 도중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한국가스공사로 트레이드 됐다. 이때부터 물 만난 고기나 다름 없었다. 이적 후 19경기에서 평균 23분을 뛰면서 8.1점, 6.1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득점력과 리바운드 뿐만 아니라 탁월한 패스 감각까지 선보인 김준일의 가세로 한국가스공사는 4번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지울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활약을 두고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인 김준일은 "이제 한국가스공사에서 정규리그부터 시작하니까 기대가 크다. 개인 목표는 일단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좋고 앞선 선수들과 호흡도 좋고 포워드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시너지가 잘 나올 것 같다. 팀 케미스트리가 좋다. 서로 부족한 부분들이 뭔지 잘 알고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팀 워크 측면으로는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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