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의 모습. 류영주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를 기점으로 범여권에선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사면된 이들 대부분이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피해자'로 채워지면서 수사·기소의 부당성은 부각되고, 개혁의 정당성은 강조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광복절 특사 공통점 '윤석열'
12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면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조국 전 대표나 김은경 전 장관 등은 표적 검찰, 정치 검찰의 칼끝에서 거의 도륙 당하다시피 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중심에 윤석열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일 때 그런 분들은 검찰 권력으로 인한 피해가 우리가 평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법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광복절 특사에 대해 "내란을 종식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검찰 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 드리고자 했다"며 "정치검찰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과 함께 정치검찰의 피해자들도 명예를 되찾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윤창원 기자이 대통령이 역대 정부와는 달리 임기 첫해부터 '정치인 사면'을 대거 감행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당에선 검찰 수사·기소의 부당성을 앞세우며 사면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방어전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광복절 특사 명단에는 조국 전 대표와 정경심 교수, 최강욱 전 의원,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등 이른바 '조국 사태'와 연관돼 '윤석열 검찰'로부터 집중 수사를 받았던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으로 유죄를 받았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나,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연루됐던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도 마찬가지 경우다. 윤미향 전 의원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에 기소된 바 있다.
"검찰 개혁" 동력 키우는 범여권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사면 대상자들이 '윤석열 검찰'의 피해자로 구성되면서 자연스럽게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두고 "이는 다시 개혁의 푯대를 굳게 잡으라는 시대의 명확한 요구"라며 "민주당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서 조 전 대표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애초 검찰의 수사·기소가 부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저와 민주당은 '검찰권 오남용 진상규명 및 피해자 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며 "(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이래로 검찰권, 수사·기소의 오남용이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에 중대한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 등 재조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통해 범여권 진영 결집을 이루고, 조국혁신당을 앞세워 검찰 개혁의 동력을 키우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 형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역시 '윤석열 검찰'에 의해 기소됐지만, 이번 사면에서 제외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자칫 개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尹검찰'과 관계 없어…발목 잡힐 우려도
다만 일부는 '윤석열 검찰'과는 관계가 없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추후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복권된 은수미 전 성남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문재인 정부 검찰로부터 수사·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경우다.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해 검찰로 넘긴 사안이다.
또 2020년 11월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도 특사 명단에 포함됐는데, 검찰의 부당 수사·기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