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한국대표부 사무처장 모습. 소모뚜 처장 제공"어렵겠지만 부디 (피해자가) 미얀마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NUG) 한국대표부 소모뚜 사무처장이 경기 광명시 내 포스코이앤씨 공사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와 관련해 한 말이다.
미얀마 국적의 노동자 A씨는 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장에서 지하 양수기 펌프를 점검하던 중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모뚜 사무처장은 30년째 한국에 머무르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그가 만리타향에 있는 동포이자, 자국 군사정부에 맞선 민주정부의 관계자로서 A씨를 돕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
"쓰러진 코리안드림…내전에 가족 출국길도 묶여"
감전사고 발생한 광명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소모뚜 처장은 12일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리안드림(Korean dream)을 품고 일하다 변을 당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탄압을 피해 피난민으로 살고 있는 A씨의 가족들이 군부의 불허로 한국에 오지 못해 가족(A씨)의 안위도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찰 등에 따르면 A씨의 부모 등 가족들은 미얀마 내전의 영향으로 출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모뚜 처장은 A씨가 가족들 품에서 안정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 등이 적극 협력하고, 수사당국은 정확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자들의 '정의로운' 처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한국경제 지탱"
소모뚜 처장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미얀마 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꺼리는 3D 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어, 문화, 지리적 차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런 차이 속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한 미얀마인들이 2023년 1월 29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군부 독재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행진하는 모습. 미얀마 NUG 한국대표부 제공소모뚜 처장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 국가 발전을 위해 해외에서 열심히 일했던 경험이 있는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인간적인 대우와 공감을 보여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은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밑바닥에서 든든하게 일해주고 있기에 매우 중요한 분들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을 희망의 땅으로 믿고 들어와 고된 노동을 하면서 미래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며 "한국 정부와 고용주들은 안전한 작업장과 노동 대가를 보장해주고, 노사 관계 개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미얀마 군부와의 사업 신중해야"
또한 소모뚜 처장은 이번 감전 사고 공사 현장의 주체인 포스코 그룹에게도 미얀마 군부와의 경제 교류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포스코 그룹은 대규모 가스전 개발과 철강, 철도, 건설 사업 등 미얀마와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온 한국 기업이다. 4년 전 미얀마 군부 집권 이후에도 사업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했다. 군부는 여전히 국가비상사태(계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광주에서 열린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얀나이툰 특사(오른쪽 첫번째)와 NUG 외교부장관 등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와 함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표현인 '세 손가락 경레'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미얀마 NUG 한국대표부 제공OHCHR(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최근까지 미얀마에서 반군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인원만 공식적으로 2만 명이 넘었고, 사형 집행이 200여 명, 사망자는 6천여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가운데 700여 명은 미성년자로 파악됐다.
그는 "미얀마에 군부 독재가 계속 유지될수록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주노동자의 사고와 가족과의 단절)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고통받는 미얀마 국민들의 삶을 공감하고, 미얀마 군부와의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