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강원애니고 학생, 광복 80주년 항일정신 담은 '춘천 상록회' 작품 공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강원CBS, 지난 6월 기획보도로 조명한 '춘천 상록회 항일운동'에서 영감 받아 제작
일제의 감시 피해, 책으로 싸운 10대들의 조용한 혁명… 작품에 담아
'그림'으로 기억을 잇다… 강원 청소년의 항일 역사 복원 프로젝트
독립운동은 칼 아닌 '지식'으로… 도서관에서 시작된 항일의 불씨
80년의 시간 넘어, 오늘의 붓으로 되살린 상록회의 외침

강원CBS가 단독 입수한 춘천고 '상록회' 연구 자료. 1994년 일본 효고교육대학대학원 학교교육연구과 교과·영역교육전공 사회계 과정에 재학 중이던 이누마 히로카즈(飯沼博一) 씨가 저술한 <春川常緑会事件硏究(춘천 상록회 사건 연구) - 상록회 신문 기록을 통해서> 논문이다. 진유정 기자강원CBS가 단독 입수한 춘천고 '상록회' 연구 자료. 1994년 일본 효고교육대학대학원 학교교육연구과 교과·영역교육전공 사회계 과정에 재학 중이던 이누마 히로카즈(飯沼博一) 씨가 저술한 <春川常緑会事件硏究(춘천 상록회 사건 연구) - 상록회 신문 기록을 통해서> 논문이다. 진유정 기자
"1930년대, 저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밤이면 야학을 열고,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조용히 독립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공부를 늘 당연한 일로 여겨왔지만, 그 시절에는 글을 읽고 나누는 것조차 일제에 맞선 끈질긴 저항이었다는 점이 깊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지혜를 기억하고 싶어, 저는 붓을 들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강원애니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일제강점기 춘천 지역에서 조직된 항일학생운동단체 '상록회'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그림을 넘어, 묻혀 있던 지역 항일운동의 기억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살려낸 '시각적 기억의 복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작품은 강원CBS가 지난 6월 말 기획보도로 조명한 상록회 항일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작품은 강원애니고등학교 엄채연 학생이 수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결과물이다. 엄채연 학생은 수차례 스케치와 수정 과정을 거치며, 단순한 역사 장면의 재현을 넘어 그 시대의 감정과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엄채연 학생은 "10대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며, 밤이면 야학을 열고 여성 계몽까지 주도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랐다. 그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시대를 흔들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동시에 존경스러웠다. 그들의 이야기야말로 지금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짜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제목: 경적.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작품제목: 경적.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엄채연 학생의 대표작 중 하나인『경적』은  일러스트를 위해 자료를 받기 이전, 중학교 시절에 이미 교내 행사를 통해 접해본 적 있는 사건이다.  새로 알게 된 내용과 원래 가지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결합하여, 일본인 학생과 조선인 학생들 사이에 생긴 갈등을 만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인물의 행동과 표정 등을 옛스러운 화풍과 색 조화를 통해 강조했다.

작품제목: 도서관의 낮과 밤.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작품제목: 도서관의 낮과 밤.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도서관의 낮과 밤』은 상록회의 활동처였던 도서관이다. 책장을 경계로 공간을 분리해 오른쪽은 오후 시간대의 평범한 도서관을, 왼쪽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독립 운동(학생 운동)을 계획하는 장소로서의 도서관을 나타내고 있다. 책장과 천장의 모양, 사다리 등을 통해 같은 장소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색 구성과 시간대를 전혀 다르게 구성해 마치 다른 장소인 듯한 감상이 들게 했다.
 
작품제목: 계승되는 의지.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작품제목: 계승되는 의지.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이어지는 작품『계승되는 의지』는 선조들이 이끈 투쟁의 역사와 정신이 후대에게 전해져 계승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이 위에 그려진 학생 운동가의 모습과, 태극기의 형상이 후대의 누군가에 의해 그림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분노에 찬 학생의 얼굴에 떨어진 검은 자국이 인상 깊다. 그것은 단순한 먹물이자, 조국을 위해 흘린 독립운동가의 눈물로도 읽힌다. 화면 왼쪽 위, 그림을 바라보는 두 명의 학생은 당시 항일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을 상징하며, 그들이 후대의 청소년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제목: 세상을 바꾸는 힘.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작품제목: 세상을 바꾸는 힘. 엄채연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 제공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당대 사회운동 관련 서적들을 나열하며, 지식의 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가장 앞에 놓인 책은 필독 문헌이었던 『상록수』이며, 표지엔 작가 심훈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책장에서 이어진 붉은 끈은 초원이 되어 책을 감싸고, 풀과 나무를 키워낸다. 이는 책과 지식이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되었음을, 그리고 '상록수'라는 제목처럼 학생 독립운동가들의 불굴의 의지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1937년 춘천공립고등보통학교(현 춘천고) 학생들이 중심이 된 상록회는 독서회, 야학, 여성 교육운동 등을 통해 조선 민중의 자각을 이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일제는 이들을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했고, 청춘의 꿈은 감옥에서 꺾였다. 학생 11명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그만큼 이들의 활동이 조직적이고 두려운 것이었음을 방증한다.

이번 작품을 지도한 정민영 강원애니고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림으로 표현해낸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예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고, 또래 세대에게 깊은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낸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섭 강원애니고등학교 교장은 "학생의 자발적인 기획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빚어낸 뜻 깊은 성과다"며 "이번 작업은 예술교육이 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 과거를 기억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과정임을 잘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