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세협상 마스가(MASGA) 모자. 연합뉴스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쉬운 결과가 아니었다"며 "조선업 협력안(M.A.S.G.A.)이 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한미 FTA 재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 미국 측에 조선업 협력을 설득력 있게 제안한 것이 협상의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M.A.S.G.A., 조선업 협력을 우리의 기회로 포착해 미국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은, 그 순간부터 '미국이 한국은 협상할 만하다'고 판단하게 만든 주요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단순히 말로만 설명한 게 아니라 1m짜리 패널을 준비했다"며 "한미 양국에서 어느 지역에서 조선 생산이 가능한지, 우리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아주 구체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 러트닉 장관이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만한 거다. 계속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틀림없이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는 모습. 기획재정부 제공
이번 협상에서 한국 자동차에 15%의 관세가 부과된 데 대해 유 전 본부장은 "FTA 체결국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에서 선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빅3가 다 진출해 있는 FTA 체결국인 멕시코조차도 현재 15% 수준"이라며 "한국에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FTA 프리미엄이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15% 역시 어렵게 도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정부가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던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와 그 약속을 명시한 문서, 그리고 실제 이행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쌀 개방 문제는 일단 약속하면 뒷감당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안 했다'고 말한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