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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임금'… 수차례 부결 딛고 광양시 조례 통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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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의회 제339회 정례회 폐회식이 지난 23일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시의회 제공 광양시의회 제339회 정례회 폐회식이 지난 23일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시의회 제공 
최저임금을 웃도는 '생활임금'을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조례가 광양시에서 처음 제정됐다. 2017년부터 수차례 부결과 보류를 거듭했던 조례가 이번 정례회에서 마침내 통과됐다. 노동자가 '괜찮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이 삶의 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양시 생활임금조례는 2017년 8대 시의회에서 백성호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예산 부담 등의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후 9대 의회에서도 백 의원이 조례를 재차 발의하며 다시 논의됐고, 결국 찬성 다수로 통과됐다.

조례 제정에 반대해온 측은 공공부문 인건비 증가, 민간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부담,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주요 반대 사유로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번 조례안 8대 시의회에서는 부결과 보류 끝에 자동 폐기됐고, 9대에서도 장기간 계류되다 정례회에서 또다시 부결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생활임금 도입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시의회는 실질적인 제도화를 수년간 외면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통과된 조례안은 기존보다 일부 조항이 완화돼 통과됐다.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공근로·지역공동체사업 등 국비 또는 시비 지원으로 일시 채용된 근로자와, 이미 생활임금 이상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새로 담겼다. 또한 시장의 책무 조항은 '마련해야 한다'에서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표현이 완화됐다.

조례는 광양시장이 직접 고용한 공공부문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매년 심의위원회를 통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는 올해 안에 조례를 공포하고, 오는 9월 말까지 2026년 적용 임금을 결정할 계획이다.

백성호 의원은 "그동안 다섯 번이나 발의했지만 번번이 부결돼 안타까웠다"며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임금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지역 소비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임금은 단순히 임금을 조금 더 올리는 문제를 넘어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시작이다. 공공부문이 먼저 이 기준을 세움으로써, 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고 지역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지방정부가 '최저선'을 넘는 삶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월 국제노동기구(ILO) 350차 이사회도 생활임금의 개념과 기준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전문가 회의 보고서에서는 생활임금을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괜찮은 생활 수준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임금 수준"으로 정의하고, 국가별 상황과 통상적 근로시간을 고려해 산정할 것을 권고했다. ILO는 '괜찮은 임금'이 경제·사회 발전과 사회정의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노동계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조례 제정을 환영했다.

민주노총 광양시지부는 "공공이 선도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보장하고, 낮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단순한 임금 상승을 넘어, 더 나은 삶의 질과 노동환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전남에서도  9개 지자체가 생활임금을 시행 중이며,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운영된다"며 "생활임금은 단지 생계 지원을 넘어 노동자에게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광양이 이제라도 제도를 도입한 것은 매우 다행이며, 기간제·위탁 노동자 등 더 많은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임금제는 2004년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130여 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서울, 광주, 성남, 순천 등에서 시행 중이며, 민간기업으로의 확산 사례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광양처럼 수년간 부결을 반복하다 어렵게 제정된 사례는 드물다.

광양시는 앞으로 생활임금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제도 정착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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