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글로벌 메가 히트작인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원작자인 싱숑 작가는 영화로 재구현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가 자신이 10년 넘게 읽던 소설이 현실이 되고, 격변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현대 판타지 작품이다.
웹소설은 2억 이상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고, 동명의 웹툰은 2020년 네이버웹툰을 시작으로 글로벌 연재를 통해 전 세계 20억 이상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한 '메가 히트 IP'다. 웹소설과 웹툰을 넘어 이제는 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중이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웹소설은 이제 영화로 재탄생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화를 본 원작자 싱숑 작가는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영화화 계약에 동의했다.
다음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싱숑 작가와의 일문일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Q. 영상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영상화에 동의하신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가?
싱숑 작가(이하 싱숑)> 처음 영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얼떨떨했다. 그때 나는 신인이었고, 사실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영화 제안이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래도 원작을 실사화하는 데는 큰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꺼려지기도 했지만, 맡아주시는 감독님이 누구신지 듣고서는 망설임 없이 계약에 동의했다. 김병우 감독님의 '더 테러 라이브'를 재미있게 봤다.
Q. 소설에 등장하는, 상상만 했던 도깨비와 어룡 등 크리처들이 영상화된 결과물을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
싱숑> 사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크리처들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실사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원작의 크리처들이 '공포'의 정서에 가까웠다면, 영화의 크리처들은 '신비'의 정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크리처들이 더 많은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이 되지 않았나 싶다.
Q. 영화를 보면서 특히 좋았던 장면이 있었다면 어떤 장면인가?
싱숑> 배우분들의 열연이 무척 눈에 띄었기 때문에 특히 좋았던 장면을 손에 꼽기는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첫 장면을 좋아한다. 군중 속에서 김독자가 객석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에 띄질 않는다. "김독자는 대체 누구일까?"라는 의문에서 영화가 시작되는 게 흥미롭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Q. 원작 속 캐릭터들이 실제 스크린으로 구현되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있을까?
싱숑>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표현된 이길영 캐릭터가 꽤 특이했다. 원작이랑은 성격이 조금 다르게 표현되는데, 다른 세계선에서는 그처럼 귀여운 이길영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길영을 연기해 주신 권은성 배우와는 화장실에서 마주쳤었는데, 배우는 아마 내가 누구인지 모르셨을 거다. 잠깐 성좌가 된 기분을 느꼈다.
Q. 웹소설이 웹툰으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메가 IP가 됐다.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이토록 작품을 좋아해 준다고 생각하나?
싱숑> 지금도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기에 어떤 이야기의 수요가 우연히 발생했고, 마침 우리가 그 이야기를 썼고,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읽어 주셨다. 이야기를 사랑해 준 팬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 있다. 평생의 빚이다.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Q.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영화에서도 잘 구현됐다고 보나?
싱숑> 원작과 영화의 메시지는 그 궤적이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원작은 '이야기' 또는 '읽기'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고, 텍스트로만 구현 가능한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영화로 만들었을 때 다소 난감한 지점들이 있다.
아마 제작 당시 그 점을 고려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웹소설 원작에서 다룬 주제 대신 2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화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인 만큼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액션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Q. 웹소설을 열렬히 응원하고 읽어주신 독자들, 그리고 영화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접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싱숑> 딱 한 번, 영화가 촬영되는 현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커다란 세트장에서 수많은 스태프께서 단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애쓰고 계셨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배우분들은 같은 장면을 연기하고 또 연기했다.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같은 장면처럼 보였던 연기가 사실은 모두 다른 장면이었다는 것을. 마치 회귀를 반복했던 유중혁의 삶이 실은 모두 '다른 인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반복하는 배우분들을 보며, 또 무엇이 '온전한 완성'인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이야기에 땀 흘려 관여해 주신 스태프분들을 보며, 나는 끝나지 않는 회귀를 반복하는 유중혁과 그 이야기를 지켜본 김독자에 관해 생각했다.
대부분의 창작자가 으레 그러하듯, 우리 역시 원작자로서 원작과는 달라진 영화의 요소들에 아쉬움은 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날 저희가 보았던 촬영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그 완성된 형태와 무관하게 평가하기가 어렵고, 아마 이 영화도 나에게 그런 의미로 맺히지 않았나 싶다. 김독자가 '멸살법'의 유중혁을 응원하듯, 비슷한 마음으로 나도 이 영화를 응원하고 있다.
미리 원작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는 색다른 시선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다시 읽는 경험으로, 또 처음 이 세계관을 접하는 관객분들께는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적 경험으로 이 영화가 기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