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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주 까마득해…" 더욱 힘겨운 고령의 이재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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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충남, 주민 600여 명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상당수 고령에 홀로 거주…대피소서 기약 없는 생활
민·관·군 모두 팔 걷어붙였지만…"감당 어려운 규모"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정부 차원 실질적 지원 절실"

이재민들이 머무는 대피소 내부. 폭우에 이어 찾아든 폭염에 어르신들은 텐트 대신 매트에 의지해 몸을 누이고 있었다. 김정남 기자이재민들이 머무는 대피소 내부. 폭우에 이어 찾아든 폭염에 어르신들은 텐트 대신 매트에 의지해 몸을 누이고 있었다. 김정남 기자
지난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남에서는 아직까지 600여 명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가 고령의 이재민들인데, 대피소에서 기약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 사는 허분례(82) 할머니는 지난 17일 제방이 무너졌다는 다급한 목소리에 할아버지와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닷새째 접어든 대피소 생활은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힘겹다.

학교 강당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화장실은 강당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 다른 건물로 가야 한다. 평소에도 움직임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하루 몇 번씩 오가는 이 길이 만만치 않다.

강당 곳곳에는 어르신들이 매트 하나에 의지해 몸을 누이고 있었다.

이재민을 위한 텐트가 있지만 폭우에 이어 찾아든 더위에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피소에서 계속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지만 텐트 안까지 냉기가 전해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또 대부분 홀로 또는 두 분이 거주하시는데, 좀 더 통풍이 용이한 3~4인용 텐트를 가구 수대로 설치하기에는 강당 너비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급히 대피한 탓에 단출한 이재민들의 소지품. 김정남 기자다급히 대피한 탓에 단출한 이재민들의 소지품. 김정남 기자
80대 박 할머니의 소지품은 '가방 하나, 봉지 하나'가 전부였다. 가방에는 아들이 가져다준 옷 몇 벌이, 봉지에는 대피소에서 지급한 이불이 들어있었다. 박 할머니의 아들을 비롯한 '60대 청년'들은 복구 작업을 하러 나가고 어르신들만 대피소를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고령의 이재민들이다 보니 매일 복용하던 약도 당장 문제다. 그날 아침에는 약을 챙겨 나올 겨를조차 없었다. 상비약 등은 대피소에 비치돼있지만, 각종 처방약을 제때 받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허분례 할머니는 "(제방이) 밤에 무너졌으면 다 죽었다니까. 살아난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밀려드는 막막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 말리고 뭐 다 하고 한 달 어쩌고 하니까 아주 까마득하지. 막막해. 밥도 먹기도 싫고 아주…"

대피소 밖에선 침수된 집과 농경지를 보수하고, 주민들의 옷가지를 세탁하고 식사를 마련하는 등 조금이라도 빠른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민·관·군 모두가 팔을 걷어붙인 상태였다.

대피소 밖에서는 세탁봉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김정남 기자대피소 밖에서는 세탁봉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김정남 기자
대피소 앞 이동세탁차 앞에서 만난 충남세종농협 농촌지원단의 박소연 차장은 "집이 침수가 되다 보니 당장 입을 옷도 없이 이재민 분들이 여기 모이셨다"며 "잠겼던 옷가지나 작은 이불 등을 갖고 오시면 저희가 세탁해서 건조까지 해서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남에서만 600명 이상 집에 돌아가지 못했고, 피해 규모가 시·군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판단되면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비롯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충남에서는 전날 오후 6시까지 2397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931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전날 충남 피해지역을 찾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신속한 복구와 일상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부탁드린다"고 건의하고, "피해가 발생해도 법과 규정에 따라 지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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