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 연합뉴스
SSG 김광현. 연합뉴스 2010년 5월 23일 프로야구 5경기의 선발투수가 예고된 순간 모든 팬들의 관심이 대전 경기에 집중됐다. 2006년 혜성 같이 등장해 '괴물' 투수로 우뚝 선 류현진과 젊은 나이에 인천 프랜차이즈 왕조의 초석을 다진 김광현의 선발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김광현은 한 주 전부터 등판 날짜가 겹쳤다. 순서상 두 선수는 그해 5월 22일 대전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한화가 변화를 줬다. 당시 투구수가 많았다고 판단한 류현진의 등판 순서를 22일에서 23일로 변경했다. 휴식일을 하루 더 보장하면서 둘의 대결은 그렇게 어긋나는 듯 했다.
그런데 비가 변수가 됐다. 22일 양팀의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고 여기서 양팀의 선택이 엇갈렸다.
SK는 로테이션을 그대로 끌고 갔다. 순서만 하루씩 뒤로 미뤘다. 22일 등판 예정이었던 김광현을 23일에 기용하기로 했다. 반면, 한화는 순서를 바꿨다. 류현진에게 필요했던 것은 휴식일 보장이었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됐다. 22일 양승진의 등판 순서를 건너뛰고 류현진을 23일에 배치했다.
이처럼 극적으로 성사된 세기의 맞대결에 대전 구장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대전 기자석이 가득 찼을 정도로 현장 취재진은 어느 때보다 많았다. 하지만 하늘은 야속했다. 하필 그날 전국적인 비 예보가 있었고 이때만큼은 기상청도 틀리지 않았다. 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폭우가 쏟아지는 관중석을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해도 됐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KBO는 경기 개시 시간으로부터 약 20분 지난 시점에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 혹시라도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전광판에 우천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뜨자 관중석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김광현은 1루 덕아웃을 찾아가 류현진과 악수를 나눴다.
아쉬움이 가득 했던 그날 이후 두 선수의 만남은 없었다. KBO 리그는 물론이고 2020년부터 2년 동안 나란히 몸담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15년이 지나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류현진과 SSG 김광현은 지난 20일 경기에 각각 선발 등판했다. 주중에 우천, 선발 로테이션 변경과 같은 변수가 없다면 두 선수는 26일 경기에 나란히 선발투수로 나서게 된다. 그날은 대전에서 한화와 SSG의 3연전 둘째 날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이다.
류현진은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한 2006년에 MVP를 차지하는 등 KBO 리그 역대 최고의 좌완으로 명성을 날렸다. 김광현도 데뷔 두 번째 시즌인 2008년 팀 우승과 MVP를 모두 달성하며 전성 시대를 알렸다. 또 두 선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주역들이기도 하다.
야구 팬들은 류현진과 김광현이 같은 무대에 선 2007년부터 오랫동안 세기의 대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볼 수 있을까. 가장 큰 변수는 날씨가 될 것이다. 야구 팬들은 이번주 하늘을 자주 쳐다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