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은 3일 최악의 남북관계를 풀어갈 첫 단초로서 역지사지의 자세와 장기적 관점에 바탕을 둔 평화공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첫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북구상을 묻는 질문에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상대가 1개의 득을 보더라도 내가 3개 정도 득을 볼 수 있다면 2개 더 득을 보는 거니까 (결국) 내가 이기는 길이지 않느냐"면서 "정치나 외교에선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변호사 활동 때 부부싸움을 상담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역지사지의 지혜를 강조했다.
불화가 심한 부부라도 남녀간 역할을 바꾸는 식의 심리상담 등을 통해 관계가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화와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며 "(상대를) 절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안전한 범주 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로 가야 되고, 이게 대화와 소통 협력 그리고 공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화적 통일'(제4조)을 규정한 헌법을 언급하며 "누가 흡수 당하고 싶겠나. (누구든지) 엄청난 희생과 갈등을 수반할 것"이라고 말해 평화공존 필요성을 피력했다.
힘의 우위를 통해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는 대신, 호혜적 관계를 기초로 상호 이익을 조금씩이나마 넓혀나가는 게 유일한 공존공영의 길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이후 75년이 지났음을 상기시키며 "역사의 눈으로 보면 긴 시간도 아니다. 수백년 후에도 다시 통일하기도 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자칫 상대한테 '흡수하겠다는 거야, 굴복을 요구하는 거야' 이런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일각에선 통일부 (명칭을) 바꾸자는 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경제협력이라는 근본적 토대, 우리 정부 예산 중 국방비만 해도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르는 등의 튼튼한 국방력에 대한 강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미간의 든든한 공조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싸울 필요 없는 평화'라는 지론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또 다시 유화 손길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그는 취임 1주일 만에 대북확성기방송을 전격 중지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혹시 반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우려한 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너무 빨리 호응해서 저도 약간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개인적 느낌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외신기자 질문에는 "(그 문제는) 사실 매우 복잡하다"며 "개별 사안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북한 대중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을 떠나 과거 대통령들의 통례적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