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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정책은 정치 아닌 기술과 돈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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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탈탄소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확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는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등 주요 전력 생산 원료들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며 에너지 안보 위기를 키우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탈탄소화와 해상풍력 발전사업 선도국가인 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보급 확대 방안을 탐구한다.

[탈탄소 선도국가, 영국을 보다③]
'RE100 최초 제안' 클라이밋 그룹·'영국 해상풍력 선도' 전직 공무원 인터뷰
"재생에너지 정책 결정은 정치적 사안 아닌 기술·돈의 문제"
"이재명, 재생에너지 중요성 인식한 듯…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은 인상적"
수출규제 성격 'RE100'…국내 기업들,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시급
"재생에너지 전환, 기득권 입김 벗어난 새 부처로 추진해야"

샘 키민스 클라이밋(Climate) 그룹 에너지부문 이사. 주영민 기자샘 키민스 클라이밋(Climate) 그룹 에너지부문 이사. 주영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탈석탄 성공' 영국 vs 'OECD 꼴찌' 한국
② "바람이 돈이다"…해상풍력 통해 탄소중립 일상 만든 영국
③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은 정치적 문제 아닌 기술과 돈의 문제" 
(끝)

"재생에너지 정책은 정치적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의 문제 혹은 돈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RE100 참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호하는 건 환경적인 이유보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생산 방식을 기존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과 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한국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뤄낸 영국 정부부처 관계자와 'RE100'을 처음 제안한 클라이밋 그룹 임원들은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클라이밋(Climate) 그룹 본사에서 만난 샘 키민스 에너지부문 이사와 올리버 윌슨 RE100 총괄팀장은 각각 한국의 높은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RE100 달성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정책 결정은 정치적 사안 아닌 기술·돈의 문제"

샘 키민스 이사는 "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성공은 정당에 관계없이 이뤄진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정당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 이사는 "재생에너지 정책 결정은 정치적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의 문제 혹은 돈의 문제"라며 "돈이 들지 않는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고, 국제유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버 윌슨 총괄팀장 역시 "RE100을 동참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이유가 환경적인 면이 아닌 비용편익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발언은 'RE100'을 놓고 국내에서 이뤄진 정치적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RE100 달성'을 놓고 격돌한 바 있다.
 
당시 김 후보는 "RE100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RE100은 한물간 구호",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선언"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20대 대선 때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이 뭐죠?"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 대신 원자력 발전을 앞세우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췄다.
 
올리버 윌슨 클라이밋(Climate) 그룹 RE100 총괄팀장. 주영민 기자올리버 윌슨 클라이밋(Climate) 그룹 RE100 총괄팀장. 주영민 기자

"이재명, 재생에너지 중요성 인식한 듯"

윌슨 총괄은 이재명 대통령이 RE100 달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그만큼 한국의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정책을 확대하면 그만큼 전력 생산비용도 낮아지고 이를 통해 기업 유치와 투자 등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윌슨 총괄은 또 "한국과 영국의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영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크다"면서 "해상풍력의 경우 624GW(기가와트·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발전설비용량) 정도의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의 해상풍력 잠재력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말했다.

클라이밋 그룹은 다음 달 한국을 찾아 정부·기업 관계자를 만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RE100 캠페인 가입 기업. 클라이밋(Climate) 그룹 RE100 누리집 화면 캡처RE100 캠페인 가입 기업. 클라이밋(Climate) 그룹 RE100 누리집 화면 캡처

수출규제 성격 'RE100'…국내 기업들,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시급

클라이밋 그룹은 2004년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 환경단체다. RE100은 이들이 2014년 처음 제안한 자율적인 동참 캠페인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2050년까지 전량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하거나 또는 자가생산으로 조달하자는 게 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이를 잘 지키는 기업들을 공개해 이미지와 매출 신장을 유도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지난 10년여 간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애플과 구글, 레고 등 440곳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 KT, LG에너지솔루션, 인천공항공사, 네이버, 카카오 등 36곳이 동참했다.
 
이에 가입한 주요 기업들은 자사는 물론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소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업 역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RE100 자체는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세계 유통망 안에서 '수출 규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최근 클라이밋 그룹이 공개한 '2024 RE100 연간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률은 삼성전자 31%, SK하이닉스 30%, 현대차 13% 등으로 애플(98%), 인텔(97%)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RE100 달성' 차원을 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 비영리 기후·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가 올해 초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보면 우리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4.3GW 수준의 해상풍력 발전시설을 구축할 경우 87조원 수준의 제조업 경제적 파급효과와 77만명의 정규직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매튜 제임스 웹 E3G(3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 부국장. 주영민 기자매튜 제임스 웹 E3G(3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 부국장. 주영민 기자

"재생에너지 전환, 기득권 입김 벗어난 새 부처로 추진해야"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함께 새 부처 설계가 효과적일거라는 조언도 나왔다.
 
기후 관련 NGO E3G(3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의 매튜 제임스 웹 부국장은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radical)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환경부의 탄소 정책과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을 각각 분리해서 별도 부처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전제 조건은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권력이 탑다운(top-down) 형식으로 새로운 정책과 아이디어를 적극 지지해주는 것"이라며 "독립적인 부처를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기존 기득권의 입김에서 벗어나고 정책 혁신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웹 부국장은 2001~2024년 영국의 에너지 관련 부처에서 근무한 전문가다. 그는 영국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역대 신설했던 에너지기후변화부(DECC),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 등을 거치며 주요 정책을 설계하거나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E3G에서는 탈석탄 분야에서 국제기구과 정부 등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본격 추진한 2008년부터 기존 환경부와 산업부를 통합한 에너지·기후변화부(Department of Energy and Climate Change)를 신설한 뒤, 2016년에는 에너지·기후변화부와 사업·혁신·기술부를 통합한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2022년에는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로 확대했다.
 
웹 부국장의 발언은 최근 이재명 정부가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이호현 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을 2차관으로 임명하는 등 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정부는 산업부와 환경부의 통합 등 에너지전환 추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웹 부국장은 근무 당시를 회상하면서 "영국 정부가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하면서 기득권 구조 바깥에서 정책을 새로 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며 "그 결과 2년간의 논쟁 끝에 향후 15년간 이끌 에너지전환 정책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1980년대부터 에너지 민영화를 시행했지만 한국은 한국전력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기업이 있어 배경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정책의 명확성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라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규제해야 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자와 기업에게 신호를 주는 규제 환경이 갖춰지면 국영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따라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조언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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