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그간의 용인술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 첫 자리였다.
검찰개혁을 위한 민정수석비서관에 검찰 출신 인사를 거듭 앉힌 점, 전 정권 장관의 유임,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행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며 직접 불식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통합과 협치, 그리고 인사는 관련성이 매우 높다"며 인사와 관련해 운을 띄웠다.
각종 정책과 관련해서는 아직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두고 평가에 나서기 쉽지 않은 반면,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이미 상당수 인사가 진행된 탓에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나 또는 야당 또는 우리 지지층 안의 기대치에 좀 못 미치는 그런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우리의 색깔에 맞는, 한쪽 편에 맞는 사람만 선택해서 쓸 수도 있다. 그러면 좀 더 편하고, 속도도 나고, 갈등은 최소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가 아니고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국민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며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색깔론, 진영론을 강하게 배척하고 나선 데는 최근 인사를 둘러싼 논란, 특히 범여권 내에서조차 제기된 부정적 시각에의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2차례에 걸쳐 민정수석을 임명했는데, 두 인사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범여권과 시민사회계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른바 '검찰 수술'로 불리는 사법개혁 특히 검찰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검찰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검찰 특수통 출신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개인적인 논란으로 사임했음에도 또 다시 검찰 기획통이던 봉욱 전 대검 차장을 같은 자리에 앉혔다.
이유는 오 전 수석 때와 같았다. 검찰을 잘 알아야 수술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원만하고 신속하게 되려면 대통령실과 정부 안에도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직책을 맡는 것이 유용하겠다고 판단했다"며 수술대를 검찰 출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술 후 상처를 최소화하려면 환자를 아주 잘 알고, 수술도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집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능한 검사 출신 민정수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콘크리트, 로보트 태권브이를 예로 들며 거듭 인사에 대한 우려 불식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된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덩어리가 된다"며 "차이는 불편한 것이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저쪽 진영' 사람이던 송미령 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중용한 것은 시너지를 위함이었다고 반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사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도 강조했다.
또 "공직사회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결국은 그 조정 칸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 책임자,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대통령"이라며 본인이 어떻게 정책을 펼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기조는 당 대표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능력 있는 사람은 배경이나 관계와 무관하게 쓴다는 것"이라며 "이제 조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인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