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홀딩스 제공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주사인 콜마홀딩스가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등 기업 재정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빠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여동생 윤여원 대표가 운영 중인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악화를 문제 제기하면서 남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콜마홀딩스, 자회사 '대수술' 카드 꺼내
콜마홀딩스는 2일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중심의 전문 기업으로 재정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리포지셔닝(재정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상은 회사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가깝다.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콜마그룹은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자녀들이 주요 계열사 경영을 분담하는 구조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여동생 윤여원 대표는 2020년부터 콜마비앤에이치를 맡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콜마비앤에이치의 부진한 성적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은 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0%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그룹의 다른 핵심 계열사인 한국콜마(화장품)와 HK이노엔(의약품)은 각각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1367억 원, 영업이익은 62% 감소한 36억 원에 머물렀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6%에 불과해 업계 경쟁사 대비 낮은 수익성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콜마홀딩스는 실적 악화의 책임이 외부 환경이 아닌 윤여원 대표의 경영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ODM(주문자 개발·생산) 사업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인 '콜마생활건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칼날은 여동생으로…"매출 줄고 적자 누적"
더 큰 논란은 윤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비랩'에 콜마비앤에이치 자회사 인력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5억 원이 부과됐다.
콜마홀딩스는 "현재 경영진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신규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 쇄신의 핵심은 △생명과학 중심 사업 구조 전환 △연구개발(R&D) 기반 경쟁력 강화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 등이다. 단순히 당장의 실적 회복을 넘어서, 중장기적 신뢰 회복과 그룹 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 콜마홀딩스의 구상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콜마비앤에이치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주도하며 그룹 내에서 화장품·의약품과 함께 3대 축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이번 리포지셔닝을 통해 생명과학 사업의 핵심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전면적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가처분 심문 앞두고 전면 충돌
윤여원 대표. 연합뉴스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윤여원 대표가 친오빠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낸 위법행위 유지(留止) 등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해당 가처분 신청은 윤 부회장이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면서 지난 5월 2일 대전지법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하자 윤 사장이 대응한 것이다.
앞서 윤 부회장은 윤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이사회 개편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