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형 초대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이보형(육사 46기) 초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지난해 5월 교체됐을 때만 해도 이를 특이하게 보는 시각은 별로 없었다. 취임 8개월 밖에 안 됐고 임기도 꽤 남아있긴 했지만 후배 기수들에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났다는 후문이 돌았다.
하지만 후임 인선을 놓고는 의문이 일었다. 김용대(육사 48기) 2대 사령관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을 통해 준장과 소장 계급장을 달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소장 진급으로 육군 항공 병과에서 소장이 2명 나온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보형 전 사령관은 당시 경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특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다만 군내에선 그의 강직한 성품과 함께 호남 출신인 점이 교체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락된 무인기 사진. 연합뉴스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사건'은 드론작전사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가 합작한 정황이 굳어지고 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모 대령, 송모 중령 등 관계자까지 특정해가며 전쟁 유도와 계엄 선포를 위한 공작이었다는 구체적 제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평양 무인기 사건 다음날인 10월 12일 경기도 연천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기에 대해 "당연히 진행됐어야 할 민군합동조사도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무산됐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대 사령관의 육사 동기다.
반면 드론사령관과 달리 정보사령관은 다수의 예상을 깨고 유임됐다. 문상호(육사 50기) 당시 사령관은 부대 내 하극상 사건에다 초유의 기밀유출 사건까지 겹치며 경질이 확실시됐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후속 조치를 좀 강하게 할 생각"이라며 사령관 문책은 물론 대대적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가운데). 연합뉴스그러나 정작 교체된 것은 신 장관이었다. 그는 나흘 뒤인 8월 12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국가안보실장에 앉혀졌다.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로써 장호진 안보실장도 불과 8개월 만에 물러나는 등 누가 봐도 이상한 인사가 단행됐다.
김 전 장관은 또, 지난해 9월 6일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에게 문 전 사령관 유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오 기획관은 최근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군에서 지휘관이 그런 논란이 있으면 통상적으로 인사 조치를 한다"며 "(그럼에도) 문 전 사령관은 계속 유임돼서 이례적이고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용현 장관을 상대로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계엄령 준비 의혹을 몰아붙인 것은 이런 석연찮은 맥락 때문이다. 신원식, 김용현 두 전직 장관의 운명이 엇갈린 지점도 여기서부터다. '내란 2인자'로서 구속된 김 전 장관과 달리 신 전 장관은 아직까지 12·3 사태에 직접 연루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정통한 군 소식통에 따르면, 신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만류하려 윤 전 대통령의 팔을 붙잡자 경호원들이 제지했다고 한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신 전 장관도 재임 중에 초강경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기조로 대북 무인기 작전에 관여한 것은 김 전 장관과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