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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신작 '너무 늦은 시간'…해외 입양인 "나는 왜 한국을 떠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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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너무 늦은 시간
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

다산북스 제공 다산북스 제공 
'지금 가장 뜨거운 해외 작가'로 손꼽히는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집 '너무 늦은 시간'이 출간됐다.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에서도 폭발적 호응을 얻은 키건이 이번에는 남녀 관계에 숨겨진 폭력과 혐오, 구조적 불균형을 예리하게 응시한 세 편의 단편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 소설집은 1999년부터 2022년까지 25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각기 다른 시기에 쓰였지만 공통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뒤틀린 관계'를 중심에 둔다. 프랑스에서는 이 책에 원제 대신 'Misogyny(여성혐오)'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붙였을 정도다. 클레어 키건은 이 소설들을 통해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는 일상 속에 숨은 폭력성과 긴장감을 서늘한 문장으로 드러낸다.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은 연인과의 다툼 이후 홀로 일상을 이어가는 남성 주인공 카헐의 내면을 따라가며, 무심한 언어, 아버지로부터 학습된 남성성, 이해할 수 없는 후회와 회피의 감정이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밀도 높게 추적한다. 특히 이 작품은 2023년 '뉴요커' 발표 당시와 단행본 수록판 사이에 언어와 표현이 바뀐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정교하게 언어를 다듬고 현실을 묘사하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작가 레지던스에 입주한 여성 주인공과 뜻밖의 남성 방문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은근한 긴장을 그린다. 케이크를 만들어 대접하고도 되레 비난을 받는 장면은 '지적 권위'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혐오와 우월감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마지막 작품 「남극」은 평범한 주부가 바람을 결심하면서 시작되지만, 차가운 도시의 밤은 여성의 실험에 끔찍한 대가를 안긴다.

세 작품 모두 따뜻함이나 구원의 기미는 없다. '맡겨진 소녀'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발견되던 인간의 연민이나 따뜻한 손길이 철저히 배제된 채, 키건은 이번엔 한층 더 차가운 시선으로 남성 중심 사회의 억압 구조를 해부한다.

클레이 키건 지음 | 허진 옮김 | 다산북스 | 120쪽

이더레인 제공 이더레인 제공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계 작가 미샤 블록이 자신의 뿌리를 추적하며 써내려간 회고록 '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는 개인의 고통과 회복을 넘어, 16만 명 이상 해외로 보내졌던 한국 입양인의 현실과 그 너머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기록이다.

저자 미샤 블록(한국 이름 박은혜)은 만 두 살 무렵 한국에서 입양돼 네덜란드로 향했다. 그는 성인이 된 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결핍과 정체성의 단서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날조된 입양 기록, 부정확한 신상 정보, 그리고 생부의 회피였다. 생모를 찾기 위한 그의 여정은 언론사 방문, 광화문 피켓 시위, 길거리 전단 배포까지 이르는 치열한 싸움이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시작된 질문이 사회 구조의 거대한 무책임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묻는다. "왜 나는 친모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었는가?", "왜 나의 과거는 모두 조작되어 있었는가?" 이러한 물음은 단순한 혈연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입양을 둘러싼 국가와 제도의 실패를 고발하는 고통의 서사다.

책 속에서 블록은 마침내 생모와 극적으로 재회한다. 수십 년간 단절되었던 모녀가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은, 긴 상실의 터널 끝에서 비로소 마주한 사랑의 회복이다. 그러나 그 감동마저도 이 이야기의 완결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말한다. 한 개인의 기적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라는 것을.

한국은 1953년부터 2021년까지 64년간 총 16만 9천여 명의 아동을 해외에 입양 보냈고, 그 중 상당수는 위조된 서류로 '고아'가 되었다. 미샤 블록은 그 불편한 진실을 다시 끄집어낸다. 입양은 사랑의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아이의 인생은 누구의 허락도 없이 유린되었다.

이 책은 결핍과 진실, 상처와 치유에 대한 증언이자, 해외 입양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응답을 촉구하는 문서다. '누가 나를 버렸나'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은, 결국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샤 블록 지음 | 유동익 옮김 | 차용 감수 | 이더레인 |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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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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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camelia2020-07-20 21:27:58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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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과 왜곡과 조작과 돈정치로 얼룩진 삼류국가 일본.
    역사는 왜곡하고 통계는 조작하고 공문서는 위조하고
    서로들 세금슈킹하느라 여념없는 잘라파고스.

  • NAVER무울2020-07-20 19:56:13신고

    추천2비추천0

    본디왜놈극우들은.권모술수만잘했지안은가....

  • NOCUTNEWS국장님2020-07-20 18:01:15신고

    추천1비추천0

    2류 국가인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