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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8년 만의 귀환, 우리가 다시 '안녕'을 묻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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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녕이라 그랬어
셋 세고 촛불 불기
팽이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제공 
김애란 작가가 8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바깥은 여름' 이후 오랜 공백을 지나 선보이는 작품집으로 공간과 감정, 관계와 계급이 뒤얽힌 7편의 단편을 통해 한국 사회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본다.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를 비롯해, '좋은 이웃', '홈 파티' 등 다수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김애란 특유의 예민한 관찰력과 서늘한 정서가 보다 깊어진 형상으로 드러난다.

이번 소설집에서 '공간'은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결정적 단서이자 서사적 동력으로 기능한다. 초대받은 파티장, 외국의 저렴한 숙소, 전셋집, 책방 같은 장소들은 각기 다른 계급과 관계의 조건을 품고 있으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스스로의 삶의 궤적과 타인의 조건을 예민하게 감각해 나간다.

특히 김애란은 '홈 파티'와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등에서 사회적 차이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갈등을 소리치지 않고 스미듯 드러낸다. 누군가의 삶에 발을 들이는 일, 그리고 그 경계에서 밀려나는 감정을 통해 "좋은 이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김애란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상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상실을 썼고,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려왔다"고 고백한다. 그 모름의 렌즈는 이번 소설에서도 빛을 발하며 말과 삶 사이의 간극을 채우려는 시도와 다정한 '인사'로서의 '안녕'을 끝내 다시 묻는다.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320쪽

은행나무 제공은행나무 제공
기념일은 단지 날짜의 표식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이유로 다시 살아가는 시간의 단편이다. 여덟 명의 작가가 각자의 '기념일'을 주제로 빚어낸 테마소설집 '셋 세고 촛불 불기'는 그런 날들에 촛불을 켜듯, 다정하게 이야기를 올려놓는다.

김화진, 남유하, 박연준, 서고운, 송섬, 윤성희, 위수정, 이희주 등 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 싶은 날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붙잡았다. 각기 다른 톤과 스타일의 단편 8편은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달력에 적히는 날만이 아닌, 개인의 이력 속에서 각인되는 특별한 하루의 무게를 보여준다.

표제작 '셋 세고 촛불 불기'는 우리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간직하고픈 기억들이야말로 진정한 '기념일'임을 전제한다. 이희주의 '0302♡'에서는 한 전학생의 등장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감정이, 박연준의 '월드 발레 데이'는 죽은 무용수의 인생 전체가 그 날의 무대처럼 펼쳐진다. 남유하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은 미래 사회의 외로운 성탄절을, 위수정의 '비트와 모모'는 잊지 않으려는 사랑의 잔상을 기록한다.

윤성희의 '바다의 기분'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깊은 정서의 교차점으로 남은 하루도 있고, 송섬의 '껍질?'처럼 존재하지 않는 '잃어버린 날'을 되짚는 역설도 있다.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 서고운의 '위드걸스'는 우리가 마주한 공간과 사람을 통해 기념이란 단어가 삶 속에서 어떻게 빛나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김화진·남유하·박연준 외 지음 | 은행나무 | 288쪽

창비 제공 창비 제공 "희망을 희망의 자리에 두기 위해 쓴다." 작가 최진영이 첫 소설집 '팽이'를 다시 꺼내 들며 내건 문장이다.

2014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이자 그의 문학 여정을 알린 출발점인 이 소설집은 2025년 여름, 새롭게 다듬어진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팽이'는 제목처럼, 세상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부서지면서도 끝내 다시 돌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폭력과 침묵, 결핍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의 분투를 열 편의 단편으로 담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버틴다. 그 버팀은 연약하지만 절실하며, 고요하지만 치열하다.

표제작 '팽이'에서는 엄마의 부재와 가난 속에 놓인 소녀 '재이'가 작은 방에서 자라며 세계를 인식해간다. '팽이'는 무너짐 없이 중심을 잡기 위한 은유이자, 세상을 견디는 생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첫 작품 '주단', '창', '월드빌 401호' 등은 생존의 경계에서 고통을 감당해온 이들의 내면을 절제된 문장으로 드러낸다.

우화적 상상력과 실존적 질문이 교차하는 '엘리'와 '새끼, 자라다', 가족과 신뢰의 균열을 다룬 '돈가방'과 '남편'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의 존엄과 가능성에 관해 묻는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문장과 구성 순서를 새롭게 정비했지만, 작품이 지닌 정서적 진폭과 긴장은 그대로 살아 있다.

최진영 지음 | 창비 |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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