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등 주요국에 특사단 파견이 늦어지는 모양새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출범 직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국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이번 정부 역시 특사단 파견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없이 바로 외교전에 뛰어든 데다 취임 초기 주요 정상외교 일정이 겹치면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2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미 특사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협상 유예 기간이 코앞이었던데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등 '안보 청구서'를 다시 들이밀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 당국자들은 주한미군 병력 규모 조정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 정상외교에 나서면서 특사단 파견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의 G7회의 참석 계기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급거 귀국으로 불발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루비오 장관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8일부터 이틀간 방한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루비오 장관 방한 계기 카운터파트인 위 실장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취임 12일 만에 G7이라는 다자외교의 장이 열렸고, 이 곳에서 대한민국이 (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선언할 수 있었다"며 "취임 초기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사단 파견은 장관 인사 등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난 뒤 후순위로 검토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미특사단 파견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로의 특사단 파견도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는 대일외교에서 더 선명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중요한 협력파트너로 규정하고 과거사와 경제·안보·문화 등 협력을 분리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지난 G7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을 가졌고, 취임 전후 양국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실무 차원의 '셔틀 외교' 복원을 천명한 만큼 특사단 파견 이상으로 성과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직후 특사단은 주요국에 가서 새로 출범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현재 미국, 일본 등과 이미 특사단의 역할을 건너뛴 수준으로 외교가 활성화되고 있어 필요성이 줄어든 것 뿐"이라고 말했다.
대중특사단은 당장 파견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만 특사단을 보내는 것이 자칫 '친중'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미국에 특사단을 보내지 않았는데 중국에만 특사단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가 다른 국가들보다 소원하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취임 초이니만큼 (정상 간) 만날 명분 등이 분명한 상황이어서 굳이 특사를 보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통해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 중국의 경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 주석이 방한하면 한중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데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상호이익을 위한 '밀월'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미국과 유럽연합(EU)에 특사를 파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EU에 모두 특사를 파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과 중국에 특사를 보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4강 특사를 모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