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무역 상대국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예 시한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서한을 보내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새 정부는 촉박한 시간 속에 '협상 유예'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26일 대규모 방미단을 보내 협의를 이어갔지만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유예·면제를 위한 합의안에 마침표를 찍지는 못한 상태다.
유예 희망하지만…트럼프 변덕에 속수무책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방미 협상에서 상호호혜적인 협상 결과를 낼 수 있는 지점들을 놓고 미국과 일정 부분 교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부는 미국이 마감으로 정한 7월8일까지는 완전한 합의가 힘들다고 보고, 협상 기한이 더 유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7월 8일을 넘어서도 실질적인 협상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딜(deal)은 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간(남은 일주일) 동안에도 계속 협의하겠다. (미국이) 일부 국가에는 유예를 하고, 어떤 국가에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예를 협의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최대한 유예를 끌어내면서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 줄라이로 굳이 협상 시한을 못 박아 놓고 진행하는 것이 결코 유리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미국과 재무·통상 '2+2 통상협의'를 시작하면서 미국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줄라이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각국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정권 교체 과정에서 '줄라이 패키지'는 물리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차 기술협의 시점 등에 대해서도 7월8일 전에 또다시 대규모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협상 기한이 유예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기본 관세율 10%에 더해 최대 15%의 추가 관세가 붙어 총 25%의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는 각각 50%, 25%에 달하는 별도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
정부는 일단 '협상 유예'에 힘을 싣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그대로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로서는 2016년 집권 당시 예외조항을 너무 많이 둬서 관세를 부과하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유예 여부는) 말그대로 트럼프 대통령 마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으로서도 완성도 높은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익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기존 협상 과정을 뒤집고 서한을 통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간극 크지만 랜딩 부분 명확해져"
지난 2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방미길에 나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왼쪽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유예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방미에서 협상을 이어갈 동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1,2차 기술협의에서는 미국 측이 요구하는 수준을 주로 파악했다"며 "3차 기술협의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된다는 것을 주고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론 간극이 큰 부분도 있다"며 "어떤 부분을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랜딩(landing)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분인지 3차 기술협의를 통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합의점에 대해 찾아내고 협상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측이 언급한 '리밸런싱(rebalancing)'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점은 좀 큰 무역 규모로 가면서 이 무역 수지 흑자·적자 문제를 다루자는 방향"이라고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사진은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무역 거래량을 늘리면서도 양국 간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를 유지하되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확대 균형' 방식이다.
정부는 특히 미국에 조선과 자동차, 원전 등
미국의 제조업 재부흥에 우리나라가 유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고 그에 따른 관세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 전략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등에 대해 정부가 "상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의 궁극적 목적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있고, 그 부흥에 한국이 유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이) '독특한 딜'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