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수사 초반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의 2차 조사 일정 변경 요청에 하루 물러나면서도, 조사자 변경 주장에 대해선 '수사방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맞섰다.
내란 특검 공보를 담당하는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전날(29일) 밤 언론브리핑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소환조사 일정을 7월 1일 오전 9시로 변경해 통지했다고 밝혔다.
당초 특검은 지난 28일 첫 조사를 마친 직후 30일에 2차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이 반발하자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7월 3일 이후로 출석 일정 변경을 요청했지만, 특검은 하루만 양보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했다.
특검이 피의자나 변호인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등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박 특검보는 "출석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의견서에서 밝힌 건강상 이유와 재판 준비 상황 등도 고려할 순 있지만, 최종 결정은 수사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수사 주체인 특검이 내리는 것이란 입장이다.
양측은 조사주체와 방식을 두고도 맞붙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검사가 아닌 사법경찰관의 신문은 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수사를 하는 경우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신문해야 하는데, 특검 수사에서 사법경찰관이 일체의 신문을 하고 있어 위법하다는 것이다.
박 특검보는 "내란특검법상 파견된 사법경찰관은 특검의 지휘를 받아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파견 경찰의 압수수색 참여는 당연하다면서 수사 방식의 하나인 조사를 못한다는 건 논리 모순이다. 물은 물인데 이것을 물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애초 사법경찰관 신문 자격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체포방해 혐의와 관련해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신문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총경이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한)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인물이므로 조사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같은 주장을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특검 수사 방해'로 규정하고 실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박 특검보는 "박 총경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변호인이 변론을 넘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 파견을 요청한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특검은 1일 조사에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면 예정대로 박 총경이 수사를 이어가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전날 밤 브리핑 이후 재차 언론에 입장문을 내 "수사 공정성이 문제되므로 (박 총경이) 회피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특검 수사를 두고 "명백한 별건 수사, 위법 수사"라며 "역대 최대 규모 특검이 내란 관련 혐의자 조사에 매진하기보다 별건 수사를 통한 신병 확보에 골몰하는 것은 특검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그 규모와 위세에 비춰 매우 궁색하며 실적에 대한 초조함의 발로라고 보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특검에 적법절차 준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해 협의를 통한 날짜 지정과 조사자 교체 등을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사실상 1일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1일 소환조사에 불응한다면 "형사송법상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25일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된 체포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강제 신병확보 수순을 밟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