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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면 지방소멸 해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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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도권 집중률 1위 국가'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은 텅 빈 상황에 살 만한 공간마저 줄어들며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0년대 이후 국토균형발전 약속을 수차례 반복해 온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언하고 42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지방을 빠져나간 청년은 71만 명에 달한다. '지방소멸'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축소사회가 되기까지, 그 복잡한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짜' 해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2025 축소사회, 어디까지 왔나⑧]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시했다. 구상의 설계자인 경희대 김종영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밝히며 인구 규모로만 비교해도 실현가능한 정책이라 강조했다. 사진은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 모습.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시했다. 구상의 설계자인 경희대 김종영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밝히며 인구 규모로만 비교해도 실현가능한 정책이라 강조했다. 사진은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 모습.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순천=최보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지방소멸 위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인구 블랙홀'
②"지방엔 아무것도 없다", "서울공화국이 문제다"…어디까지 사실?
③'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할 판…'지방 일자리' 위기, 청년이 없다
④"지자체 절반 소멸" 한국도 日 따라가나…해답은 '지방'에 있다
⑤'한강의 기적' 양날의 칼로 돌아왔다…'K-지방소멸' 문제점은?
⑥3시간 머문다고 지방에 도움? '생활인구 제도' 효과성 의문
⑦50만원에 돌아온다? 기본소득, 지방소멸 막을 '한 수' 될까
⑧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면 지방소멸 해결 가능할까
(계속)

"낡은 무기들은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라. 그리고 똑바로 쏘아라."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지방에 있는 국립 대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각 지방의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의 과열된 교육열을 완화하고, 우수 인재의 지방 분산을 통해 지방소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거점국립대학교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면 지방소멸이 해결될까.

韓국립대도 '상향평준화' UC 시스템 가능할까

연합뉴스연합뉴스
김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립대학들에서 영감을 받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처음 제시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전역에 있는 명문대학교 10개가 네트워크를 이뤄 3·4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UC버클리, UCSF, UCLA 등과 같은 대학들이 중심이 돼 직접 기업을 설립한 것이 결정적"이라며 "반도체 기업인 퀼컴과 브로드컴을 UCSD, UCLA의 교수들이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대학이 '창조권력'으로 기능하고 지역경제를 혁신하는 가장 중요한 엔진이 된다"며 "지방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생기면 지방에 좋은 기업들이 생기고 기존의 좋은 기업들도 끌어들일 것"이라 덧붙였다.

김 교수는 "칼텍은 세계적인 명문대학교가 되는데 10년이 걸렸고 스탠퍼드는 25년 걸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정착시키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의 입시제도 역시 본받아야 한다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은 전체 입시생 중 12.5%가 UC계열 대학에 들어가고 추가로 6%가 더 편입학한다. 이는 총 입시생들의 18.5%의 학생이 상향평준화를 이뤄낸 수준 높은 '주립대학'에서 공부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 최상위권 국립대학인 서울대에 입학하는 입시생은 전체 수의 0.5%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한국의 지방거점국립대들을 서울대급 대학으로 만들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는 교육열을 완화하고 국내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다만 지방소멸 관련 정책연구기관 소속 한 관계자는 "프랑스의 파리도 대학 평준화를 시도했지만 학생들이 결국 파리 행정대학원으로 진학해 엘리트 교육이 심해졌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드라이브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도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순기능에 주목해 교육 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에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공약집에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 완화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 달성'을 제목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지역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 추진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국립대·사립대가 동반성장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선거유세 연설을 하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언급했다. 그는 "서울대는 정부에서 예산을 학생 한명 당 6천만원 가까이 편성하는데 전북대는 2천만원인게 이해가 안된다"며 "지역 대학들에 대한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해당 공약의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과 일부 국립대 총장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을 했다.

정책 제안자들 중 한 명인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지방 위기 상황속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며 "서울 소재 몇 개 대학으로 향하는 대입병목 현상이 지역인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져 지역 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지역의 기업 유치는 더울 어려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이진숙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오래전부터 거점 국립대와 시도 교육감들이 함께 추진하던 아이디어"라며 "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리는 현실을 완화해 수도권 병목 현상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국정위는 "거점국립대의 역량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교육,취·창업, 정주까지 지역에서 이뤄지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부산대학교 부총장이자 국정위 사회 2분과장인 홍창남 과장은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맞춰 5년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과제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책임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양과 질이 같이 충족돼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라며 "경쟁이 없어지는 사회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방거점국립대학교들은 "환영"

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에 걸린 채용지원제도 포스터. 최보금 기자전라남도 소재 한 국립대에 걸린 채용지원제도 포스터. 최보금 기자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교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은 성명을 통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교육적인 측면을 넘어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과 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전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거국련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이 미비하다면서 거점국립대학교들이 서울대 지원 예산의 최소 70%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약 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거국련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위해선 대학들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지원 효율 극대화를 위해 △재정 운영 투명 공개 △비효율적 행정 지양 △객관적 대학운영 평가 등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인근 지역 한 주민은 CBS노컷뉴스에 "정부가 예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방대학 규모가 커지고 학생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도 좋아지니 바람직한 정책인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어 "대학 내 기숙사, 편의시설 운영에 따라 주변 상권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며 "정부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 지방 대학들의 지원금 활용 방식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한다고 해도 지역 산업 생태계와 연계되는 혁신클러스터를 단기간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 명문대 설립이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변 산업 생태계 및 문화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지역 산업과 대학·연구소, 공공기관이 연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규상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방대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히 지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테지만 지방대 졸업생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바뀌는게 없을 것"이라며 "지방대가 지역 내에 졸업생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려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적 지원과 유연한 학교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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